'단비라구요? 오, 노. 얄미운 봄비에요.'

두산의 신인 포수 이민택(22). 지난 30일 잠실 LG전에서 봄비 때문에 황당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허망한 일장춘몽이었다.

이민택은 이날 경기 시작 1시간 전, 귀를 의심할 만한 소식을 들었다. 선발포수로 출전하라는 통보였다. 이민택은 그동안 홍성흔, 강인권 등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시범경기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교체선수로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제주탐라대를 졸업하고 2차지명 5순위(전체 41위), 계약금 4000만원을 받고 입단한 '평범한' 새내기에게 프로의 벽은 너무 높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선발출전이라니! 두산 프런트 한 명이 '네 이름이 적힌 전광판 사진이라도 찍어두라'고 농담할 만큼 의외였다.

이민택은 "그 순간 당황해서 아무 생각도 안났다"고 말했다. 그만큼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얼마나 좋았던지, 또 긴장했던지 밥도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는 둥 마는 둥 점심을 때웠다.

그리고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덕아웃에 나가 장비를 챙겼다. 미트도 한 번 더 손질하고, 프로텍터도 닦았다. 머리 속으로 LG 타자들의 장-단점을 빠르게 정리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경기 시작 10여분 전부터 갑자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곧 그치겠지. 비야 그쳐라' 애를 태웠지만 모두 허사. 결국 경기는 취소되고 말았다. 이날 서울 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겨우 5㎜ 안팎. 더구나 오후 2시 쯤에는 거의 그쳤다.

이민택으로서는 그야말로 하늘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경기 시작 직전에 비가 내릴 게 뭐람.' 이민택의 프로 데뷔 첫 선발출전은 이렇게 봄비에 씻겨 내려갔다.

< 임정식 스포츠조선 기자 da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