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개봉 이후 20년 만에 다시 지구를 찾아온 이티(E.T.).컴퓨터 그래픽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영상과 사운드가 한층 세련돼졌다.

어느날 지구에 홀로 남겨진 외계인 이티(E.T.). 어른들은 그를 '연구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아이들은 그를 '친구'로 생각한다. 어른들의
추격을 피해 이티를 자전거에 태우고 내달리던 아이들. 붙잡히겠다 싶은
순간, 이티는 별이 총총한 하늘을 향해 긴 손가락을 뻗고, 아이들의
자전거는 하늘을 가르며 꿈처럼 날아오른다….

그 'E.T.(4월5일 개봉)'가 돌아왔다. 처음 나왔던 게 벌써 20년
전이다. 그 20년간 가장 크게 발전한 것이 바로 컴퓨터를 이용한 특수
효과. 그래서 이번 재개봉은 일부 특수 효과를 디지털로 재처리하고 몇
장면을 새로 손 본 'E.T. 디지틀 버전'이다. 다소 뻣뻣했던 이티의
움직임과 표정은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으로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보름달
위로 날아가는 엘리엇의 망토는 바람 따라 너울거리고, 놀라는 이티의
얼굴엔 관자놀이가 도드라진다. 디지털로 리믹싱한 존 윌리엄스의 음악도
한층 생생하다.

엘리엇이 이티를 NASA 직원들의 추격으로부터 구하기 피해 자전거에 태워 달아나고 있다.

어머니, 형, 여동생과 사는 엘리엇(헨리 토마스)은 우연히 헛간에 숨어든
이티(Extra Terrestrial·외계인)를 발견한다. 어른들 몰래 그와 친구가
된 엘리엇과 형 마이클(로버트 맥노튼), 동생 거티(드류 배리모어)는
이티가 고향 별과 통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들은이티를 추적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 직원과 경찰을 따돌리고 그를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우주의 신비와 동심이 만난 영화 'E.T.'는 영원히 동심 속에 살고
싶어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다. 미국의 자랑인
NASA를 '나쁜 어른들'로 그린 이 영화는 대부분의 장면을 아이들
눈높이로 낮춰서 촬영했다. 이티가 엘리엇이 흘린 초코볼을 먹으며
다가오는 첫 만남, 시들었던 꽃이 환하게 되살아나는 장면, 보름달 비행
장면 등 80년대초 컴퓨터 그래픽으로 어렵게 만든 화면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

외계인을 '친구'가 아닌 '연구 대상'으로 볼 나이가 된 예전의
'E.T.' 세대들은 공중 부양 능력이 있는 이티가 왜 첫 장면에서는
날아서 우주선에 타지 않는지, 왜 갑자기 엘리엇과 텔레파시가 통하고,
어떻게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지 등 예전엔 생각지 않았던 의문이 떠오를
수 있겠다. 하지만 외모나 언어의 동질성을 따지지 않는 아이들의 눈빛은
"사랑에 조건을 달지 말라"고 말한다.

엘리엇의 말을 따라하며 영어를 익힌 이티는 떠나기 전 엘리엇의 가슴을
가리키며 "난 늘 여기에 있을 거야(I'll be right here)"라고 말한다.
엘리엇이 음식을 가지러 가며 "곧 돌아올게"라는 뜻으로 했던 말을
듣고 따라한 것이기도 하다. 어떤 뜻으로 한 말이건, E.T.는 20년만에
약속을 지킨 셈이다.

최근 20주년을 맞아 새로 개봉하는 ‘E.T.’시사회에서 이제는 어른이 된 영화 속 스타들이 다시 만났다.오른쪽부터 엘리엇 역의 헨리 토마스,거티 역의 드류 배리모어,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E.T. 스타들의 20년후

▲헨리 토마스 (엘리엇·당시 10세)=애완견이 죽은 날을 떠올린 눈물
연기로 오디션에서 발탁됐다. 이후 20여편의 TV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신작 '갱스 오브 뉴욕'에 레오너드
디캐프리오와 함께 출연.

▲드류 배리모어 (거티·6세)=출연자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활동. 10대를
마약과 술에 빠져 헤매면서 너무 일찍 유명해진데서 오는 후유증을 크게
앓았다. 30년대 유명스타 존 배리모어의 손녀이며, 무성영화 스타의
증손녀로 명 연기자 집안 후손에서 태어났다. 90년대 중반부터 슬럼프를
극복, '웨딩 싱어' '미녀 3총사'로 완전히 재기했다.

▲이티 =얼굴은 과학자 아인슈타인, 시인 칼 샌드버그, 그리고 퍼그(pug)
개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목소리는 팻 웰쉬. 대부분의 동작은 몸에
연결된 선을 움직여 연출했고, 걷는 장면은 신장 62㎝에 체중이 20㎏에
불과한 팻 빌론이 몸 속에 들어가 촬영했다. 최근 몸놀림이
자연스러워졌고 물놀이 취미가 새로 생겼다.

▲스티븐 스필버그 (당시 35세)='죠스(1975년)' '레이더스(1981)'로
흥행감독 대열에 들어선 이후, 'E.T.'로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면서 급부상했다. 이후 '주라기 공원'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수많은 성공작을 남기며 명실공히 할리우드 최대
스타감독이 됐다. 이번 'E.T.' 재개봉을 기념, 자기 영화사 '앰블린'
로고를 이티와 엘리엇이 자전거 타고 날아가는 모습으로 바꿨다.

( 이자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