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분이 수습국면으로 접어든 듯하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6일 회견을 통해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하고, 5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측근정치의 폐해 논란과 관련해서도
'양식에 입각한 판단에 맡긴다'는 방식으로 일정 부분
금을 그었다. 결국 그간 비주류측이 제기한 문제점과
요구를 시정하고 받아들인 모양새다. 다른 속내가 없다면
비주류측도 당 결속에 협력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 일단은
만들어진 셈이다. 급한 불길이 잡힌 이 대목에서
한나라당과 이 총재에겐 한 차원 높은 자기 성찰과
고민이 필요하다. 그것은 이번 내분의 발단 ·확대 ·수습의
각 단계에서 당이 드러낸 실기(失機)와 무책(無策)의
근본원인이 무엇인가를 허심탄회하게 되돌아보고 바로잡는
일이다. 그렇지 못하면 더 결정적 무대에서 더 치명적
실족(失足)을 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점은 한나라당 스스로가
느꼈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한나라당은 내부
경보(警報)장치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온 세상에
드러냈다. 이 같은 무감각의 배경으론 우선 당의
언로(言路)가 막혀있었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말길 '이 트여 있었던들 당과
총재의 지지율 급락(急落)을 촉발시킨 이른바 '빌라 게이트'란
것도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다음으론 그간
한나라당 전체가 대세론(大勢論)을 베개삼아 세월 가기만
기다리던 무사안일이다. 대세론이란 현 정부의 실정과
반(反)DJ정서가 떨어뜨리는 불로소득(不勞所得)과 그에 따라
특정지역에서 몰표가 나오리라는 기대다. 이 계산법의
허(虛)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잠깐 불었던 '노풍(盧風)'에
당 전체가 동요하고 만 것으로 충분히 증명됐다. 한나라당은
새 틀로 짜여지고 있는 정국과 대선(大選)구도에 맞추어
안으로 다시 태어나고 밖으로 새로운 국정 운영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