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차남 김홍업(金弘業·아태재단 부이사장)씨의 측근인
김성환(金盛煥·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씨가 특검팀의 수사망을
피해다니던 와중에 통화한 청와대 관계자는 누구이고, 통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특검팀이 확보한 김성환씨의 통화 내역에 따르면 김씨는 잠적 중인 최근,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지급된 휴대전화와 앞부분 여섯자리(이동통신업체
고유번호와 국번)가 일치하는 전화번호의 소지자와 통화했다.

이에 따라 김씨의 행방을 추적하던 특검팀은 전화국에 문제의 휴대전화
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해줄 것을 의뢰했으나, "등록자 확인이
불가능한(등록자를 알려줄 수 없는) 번호"라는 회신을 받았다. 일반
개인의 전화가 아니라 전화에 대한 보안조치가 돼 있는 '특별한
기관'의 번호라는 뜻이었다.

특검팀은 이런 회신 결과와 문제의 휴대전화 번호 앞부분 여섯자리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지급된 번호와 일치하는 사실을 종합, 이 휴대전화
소지자가 청와대 관계자임을 확신하고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를
수사했으나,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검찰에 통화내역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씨는 지난 2월 특검팀에서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중단 압력 의혹과 관련해 두 번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러던 3월 초,
특검팀은 그가 가정부 명의 등으로 관리한 차명계좌 4개에 평창종건
등으로부터 90억여억원이 입금되고 이 중 일부를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등 아태재단 관계자들이 사용한 사실을 계좌추적에서
밝혀냈다. 김성환씨가 돌연 잠적한 것은 바로 이때였다.

이후 홍업씨가 김성환씨로부터 수억원을 차입한 사실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문제의 차명계좌 실소유주에 대한 의혹은 갈수록 커졌지만,
김씨는 특검팀의 추적을 피해 계속 은신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 등을
통해 "특검팀에는 출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이 포착한
김씨와 청와대 관계자의 통화시점은 바로 이 같은 차명계좌의 실제
주인에 대한 의혹이 불거져 있던 시점이어서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왜 하필 대통령 아들의 개입 의혹까지 불러일으킨
당사자와, 그것도 특검 소환을 피해 잠적 중인 시점에 통화했을까.
특검팀의 수사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확인도 부인도 않은 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의 신병확보가 필요한 검찰로서는 통화내역
및 김씨가 접촉한 인사 등에 대한 추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 통화경위'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검팀은 이수동씨가 대검 중수부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가 진행
중이던 작년 9~11월 청와대 관계자와 통화한 내역을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검찰고위간부의 이수동씨에 대한 수사기밀 유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청와대 관계자와 이씨의 통화 사실을 밝혀냈으나 그
관계자가 누군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동교동 집사'였던
이수동씨가 청와대 관계자들과 통화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시점상 '이용호 게이트' 수사가 진행 중인 와중이라 그 경위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