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디아즈(왼쪽)의 화사한 꽃무늬 드레스는 웅가로 옷이고 케이트 윈슬렛(가운데)과 리즈 위더스푼(오른쪽)은 비교적 단순한 빨강,검정 단색 디자인을 골랐다.

‘지상 최대의 패션쇼’로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는 ‘누가 무슨 상을 타나’ 못지 않게 ‘누가 뭘 입었나’가 관심거리. 이날 ‘최악의 드레서’로 꼽히느니 차라리 트로피를 포기하겠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이르는 붉은 카펫에서는 보수주의 바람이 불었다. 과다 노출은 자취를 감췄고 블랙 드레스의 물결 속에 간혹 핑크, 화이트가 눈에 띄었다. 또 과장 없이 머리를 자연스럽게 내려뜨리는 헤어 스타일이 인기였다. 외신과 패션 전문가들은 이를 ‘9·11 테러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블랙 차림’으로 등장한 배우들은 줄리아 로버츠(아르마니), 헬렌 헌트(구찌), 르네 젤위거(캐롤라이나 헤레라), 글렌 클로즈(베라 왕), 우마 서먼(고티에), 샌드라 블록(발렌티노) 등. 니콜 키드먼은 핑크색 쉬폰 드레스(샤넬)에 200캐럿 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불가리)를 걸쳤다.

제니퍼 코넬리는 층층이 치마가 달린 샴페인 빛깔 드레스(발렌시아가) 차림이었다. 헐리우드 베스트 드레서로 꼽히는 기네스 팰트로우는 짙은 회색의 탱크 드레스(크리스티앙 라크루아)에 신작 ‘로얄 테넌바움’ 분위기의 짙은 눈 화장을 시도했고, 카메론 디아즈는 붉은 꽃무늬로 장식한 드레스(웅가로)를 선택했다. 과거 ‘시상식 노출 패션’을 주도했던 제니퍼 로페즈도 베르사체 치고는 얌전한 드레스를 골랐다.

유일하게 모험을 선택한 배우는 여우주연상 수상자 할 베리. 속히 훤하게 들여다 보이는 와인색 망사 상의 아래로 치맛자락이 풍성하게 펼쳐지는 무도회 드레스는 비교적 덜 알려진 ‘엘리 삽’의 디자인.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로라 해링은 구두 덕분에 집중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다이아몬드와 백금으로 장식한 구두는 무려 100만 달러짜리. 배우 샐리 캘러맨은 실크와 메탈로 짠 드레스가 금속 탐지기에 걸리면서 행사장에 못들어갈 뻔 했다.

이날 배우들이 걸친 드레스나 보석은 도대체 얼마짜리일까? 배우들이 한푼도 내지 않고 공짜로 빌리는 경우가 거의 100%다.

89년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배우 미셸 파이퍼에게 우아한 남색 정장을 입히면서 ‘아카데미 드레스 경쟁’이 더욱 촉발됐다. 이제는 매년 디자이너들이 수상 후보자 뿐 아니라 시상자, 배우의 배우자들이나 여자 친구, 방송 진행인들까지 잡으려고 혈안이 된다. 시상식 사진은 두고 두고 각종 매체에 실리기 때문에, 또 이날 ‘베스트 드레서’로 공식 인정 받으면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배우들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면서 드레스를 고른다.

보석으로 장식한 100만달러짜리 구두

주요 여배우들은 이날 하루 1000~5000달러를 받는 헤어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6개월~1년 전부터 예약해 놓는다. 아카데미 한달 전 쯤부터는 유명 트레이너를 동원, 몸매 만들기에 돌입하고 3주 전 부터는 탄수화물과 알콜 섭취를 자제한다고 ‘코스모폴리탄’잡지는 전했다.

2월 중순부터 유명 디자이너들이 드레스 스케치를 배우들에게 보내거나 베벌리 힐즈 고급 호텔 방을 잡은 채 배우들을 초청한다. 드레스를 고르는 것은 배우가 아니라 스타일리스트 몫. 물론 유명 스타일수록 유명 스타일리스트가 붙고 드레스 또한 막판에 결정한다.

수상식 당일 오후에는 ‘해리 윈스턴’ 등 유명 보석상들이 경호원들을 딸려 배우들에게 보석을 보낸다. 경호원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 시상식까지 스타들을 엄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