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양정규 ·박희태 ·이환의 부총재(왼쪽부터)등이 25일 일괄사퇴키로 의견을 모은 뒤 총재단회의실을 나서고 있다.<a href=mailto:ykjung@chosun.com>/정양균기자 <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당 내분 수습안을 발표(19일)한 지 1주일도 안돼 ‘재결단’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 총재의 총재직 유지를 전제로 한 1차 수습안은 소장파들의 반발에 부딪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25일 부총재단이 일괄 사퇴함으로써 이 총재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현재 이 총재의 참모들 다수는 고강도 처방을 주문하고 있다. 첫째는 총재직 불출마, 둘째는 이 총재가 총재 경선에 나서지 않고 총재 경선을 무산시킴으로써 결국 경선에 의해 선출된 부총재들의 합의제로 당을 운영하게 하는 것, 셋째로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되 대선까지 후보가 대표최고위원을 겸임한다는 것이다. 모두 이 총재가 더이상 총재직에 머무르지 않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 중진들은 ‘이 총재 없는 총재 경선’ 또는 ‘후보와 당권 분리’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포스트 창(昌)’을 노리는 중진들의 경쟁이 자칫 당의 분열을 몰고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참모는 이 총재가 총재직을 유지하는 기존 수습안 고수를 건의하고 있다. 이 총재가 더 밀릴 경우 지도력이 심각히 훼손당한다는 것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대선에서 당력을 모으는 데 어느 것이 좋으냐가 가장 큰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이 총재가 민주당 후보에 밀리는 여론조사 등에 영향받아 사태의 심각성을 어느 때보다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해, 집단지도체제 조기 도입 등의 전향적 조치가 발표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측근정리 부분은 소장파들의 공격 목표처럼 돼 버린 ‘3인방’을 일선에서 후퇴시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순봉(河舜鳳) 부총재에 이어 양정규(梁正圭) 부총재가 부총재직을 내놓았다. 하 부총재는 곧 경선 불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김기배(金杞培) 전 사무총장에게도 이 총재의 ‘불출마’ 권유가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곧 밝혀질 이 총재의 결심 내용이 한나라당 분위기 전환의 고비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