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세상이 온통 회색으로 뒤덮여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저만치 멀어져 보인다. 어느 때부터인가 황사와 봄을
동일시하는 버릇이 생겼다. 올해에는 황사가 더 일찍 찾아왔다. 황사의
먼지 속에는 알루미늄 철 망간 니켈 마그네슘과 같은 금속성분과
세균이나 공해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생활의 불편은 물론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황사가 올 때면 공기 중의 먼지농도가 100~500 ㎍/㎥로
평상시의 10~50배까지 높아진다.
몇년 전 구제역 파동 때에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황사를 타고 중국에서
유입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사를 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건이었다. 황사는 이러한 직접적인 피해 외에
시정악화로 인한 국민적 불편, 농작물의 생육 저하, 정밀기계 손상 등의
간접적 피해도 줄 수 있다.
이런 황사가 요즘엔 더 일찍, 더 자주, 더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황사는 4월에 2~3주 정도 발생하던 것이 요즘 들어선 3월에도
발생하고, 길게는 두세 달 발생돼 더 이상 이대로 보아 넘어갈 수 없게
됐다. 황사가 심해지는 것은 중국대륙의 사막화 진행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황사를 발생시키는 많은 지역이 예전에는 반 건조 초원지대였다.
그러면 왜 이처럼 반 건조 초원지대가 황사를 발생시키는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는가? 가장 큰 원인은 초자원에 비해 너무 많은 가축들이
방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들은 특성상 소와 달리 초자원이
부족하면 풀뿌리까지 뜯어먹는 습성이 있어 표토를 덮고 있던 풀들을
고사시킨다. 비옥했던 토양이 바람에 의해 쓸려나가 초원들이 사막지대로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막화가 진행되는 면적은 매년 2000㎢로,
여의도의 240배 면적이 황사 발원지가 되는 불모지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중국대륙의 4분의 1 이상이 사막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로 인한 중국의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은 차치하고라도 황사로 인한 우리나라의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다. 그냥 참고 지나면 되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기엔 그 정도를
넘어섰다.
황사를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의 사막을 초원으로 되돌려주는 일에 우리도 나서자는 것이다.
타클라마칸 사막과 고비 사막 같은 건조지대는 연간 30㎜의 강수량으로
어느 식물체도 살기에 부적절하지만, 지금은 사막으로 변한 주위의 반
건조지대는 원래 초원지대로 연간 강수량 400㎜ 정도로 풀이 생육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 초원인 미국 중서부 대평원지역 강수량이 연간
250~380㎜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사막화가 진행되면 초자원은 더욱 부족해지고, 이는 가축의
과방목을 부추기게 되며, 이러한 과방목은 사막화를 더욱 급속도로
진행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제는 사막화의 진행을 막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이미 사막으로 변환 지대를 적절한 초종 선택과 올바른
방목관리 등을 통해 잃어버린 초원을 되찾는 적극적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부족한 초자원도 현지에서 공급하고, 지구환경
보전에 기여함은 물론, 황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황사와 사막화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직접
이해당사자이다. 황사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을 시기가 됐다. 여기에는 외교적 노력, 경제성 고려, 기술적 문제의
해결 등 많이 있을 것이다. 또 황사 예방은 중국·일본과 긴밀히 협력해
한번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만한 대형 프로젝트이다.
( 김병완 /강원대 교수·동물자원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