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동 교수는 “한국의 근대화에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면만 볼 게 아니라 전체를 봐야 한다 ”고 말했다.<a href=mailto:wjjoo@chosun.com>/주완중기자 <


사회학자 김경동(金璟東·66) 서울대 명예교수가 22일 오후6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40여년의 학문인생을 정리하는 정년 고별 강연을
갖는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미국의 주류 사회학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학자로
알려져있다. 그런 그가 택한 강연제목은 뜻밖에도 '학문의 정치적
종속과 문화적 독립: 한국사회과학의 자주적 발전을 위한 성찰'. 미리
구해본 강의원고에서 김 교수는 "서구 중심의 제국주의적 침투와
식민화과정에서 학문의 종속이 이뤄졌다"며 학문의 식민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미국 주류 사회학을 국내에 소개한 학자로 알려져있는데 고별강연
내용은 의외다.

"1978년 미국서 돌아온 후 '현대의 사회학'(1978년 박영사간)을 펴내
서구 사회학을 보급한 것을 놓고 그러는 모양인데…. 내 관심은 처음부터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향해있었다. 미시간 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1964년에 쓴 논문이 바로 한국인의 유교적
가치관에 관한 것이었다. 이후에도 유교를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전통적
요소를 활용한 이론과 개념, 방법론 개발에 노력해왔다."

―김 교수의 학문활동이 잘못 알려졌다는 것인가.

"우리 나라에선 인접 분야는 물론 심지어 같은 학계에서도 옆의
학자들이 뭘 연구하는지 관심을 안 갖는다. 도리어 외국 학자들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에 대해선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다."

―한국사회 분석을 위해선 보편성과 합리성을 검증받은 서구 이론을 먼저
충분히 연구하고, 적용하는 게 우선순위 아닌가.

"서구 학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양이론으로 우리
사회를 설명하려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물론 우리 학계의 이론수준은
아직 초보적이다.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 그들이 이해할 수있는 언어로
표현해야하고, 동아시아나 다른 나라를 분석하는 데도 유용한 이론이 될
수있어야 한다."

―김교수는 한(恨)이나 기(氣), 눈치, 떼쓰기, 봐주기, 인정 등을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개념이나 이론으로 활용한다. 미시적인 현상 분석은
모르지만, 보편적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

"일상에서 쓰는 개념으로 현실을 분석해보는 시도다. 이론화할 수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서구의 '역할(Role) 이론'이라는 게 흔히 쓰는
'Role'이란 개념을 활용한 것아닌가. 체계화하는 작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체계화만 성공하면 노벨상 감"이란 얘기도
듣는다."

―강연 제목에서 '학문의 정치적 종속'을 언급하고 있다. 80년대
사회학을 중심으로 한 진보학계는 사회 변혁에 기여하는 학문을
표방해왔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가.

"사회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은 이데올로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그 특징은 경직성이다. 학문은 개방성과 유연성을 생명으로 한다.
지식인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는데,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위선자라고 하는 것은 독선이다."

―80년대 이후 지식인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됐고,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주류 학계의 책임은 없나.

"서로 담을 쌓고 담론을 포기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사회학회
회장이던 1989년 후기 사회학대회에서 진보와 보수 등 견해가 다른
학자들이 서로 발표와 토론을 맡게 해 대화를 시도했다. 비판 사회학이
한창 힘을 얻었을 때는 주류가 소극적이었고, 세상이 바뀌니까 비판
사회학이 폐쇄적으로 바뀌어 우려된다."

―보수 학계는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을 치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난 혁명을 통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모든 지식인이
거리로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 학문은 어떻게 되는가.
민주화운동을 한 지식인들도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고생한 것은
인정하지만, 민주화가 이뤄지면 그것을 명예로 여겨야지 희생했으니까
보상해달라고 하는 것은 또 뭔가.(김 교수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및 보상심의위원회 위원이다)."

―최근 각 분야에서 우리 사회의 주류에 대한 도전이 거세다.

"기득권층의 공익정신 결여가 자초했다. 문제는 민주화세력도 권력을
잡으면서 똑같은 태도로 나온다는 것이다. 전통시대에는 선비나
청백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살아있었는데,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