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는 20일 밀입국자 증가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시칠리아
섬에 비상 사태를 선포한 것을 놓고 국내에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비상사태 선포는 지난 18일 1000여명의 쿠르드 난민들이 탄 화물선
'모니카'호가 시칠리아 섬으로 예인된 것을 계기로 밀입국자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탈리아 정부는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현지 행정당국들에게 임시보호소 설치를 위한 기금 사용과 불법
이민자 처리의 권한을 부여했다. 엔리코 라 로지아(La Loggia) 지역문제
장관은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앞으로 몇주 후에 도래할 새로운 불법
이민자 물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비상사태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우파 연립정부의 각료들 대다수는, 사담 후세인(Hussein) 이라크
대통령의 정권을 피해 탈출한 쿠르드 난민들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겠다는 클라우디오 스카졸라(Scajola) 내무장관을 지지했다.
그러나 반(反)외국인 정책으로 유명한 '북부동맹'당의 움베르토
보시(Bossi) 제도개혁 장관은 정부의 방임주의를 비판했다. 보시는
"취업 비자가 없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는 법안을 빨리
통과시키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밀입국자 송환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불법 이민자를 적발하기 위해 7600㎞에 이르는 해안
경비를 강화해왔지만, 지난해 약 2만명이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난민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 파리=朴海鉉 특파원 hh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