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남종면 분원리는 조선시대 왕실 도자기를 굽던 도요지(陶窯址)가
남아있는 유서깊은 마을이다. 산수(山水)가 잔잔히 어우러져 기막힌
경관을 선사하는 팔당호 주변엔 붕어찜과 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40여개가 자리잡고 있다. 모두가 '원조(元祖)'를 주장하는 당당한
간판들의 숲 속에서 '진짜 원조'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27년째 '강촌매운탕'을 운영하는 이영숙(李英淑·여·63)씨가 지금
우리가 먹는 붕어찜 요리를 처음으로 개발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분원리 토박이인 이씨는 73년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낚시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자 이들을 상대로 라면을 끓여주는 간이음식점을 열었다.
그러다 별다른 판로가 없어서 가축 사료로 쓰여지기 일쑤였던 붕어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버려지는 붕어가 참 많았어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이걸 요리로 개발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게 됐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붕어 요리'에 대한 이씨의 집념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조선시대의 붕어 요리에 관한 각종 서적을 탐독했고,
서울 종로에 있는 요리학원까지 매일 통학하기도 했다.
후추·겨자·구기자·깻잎 등 숱한 향신료를 맛보다가 혀가 갈라지는
일도 겪었다. 그러기를 3년, 이씨는 어느날 "그래 이 맛이야"라며
손뼉을 쳤다. 분원붕어찜이라는 새로운 요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76년 이씨는 마침내 본격 붕어찜 판매를 시작했다. 처음엔 "붕어 요리란
게 다 있느냐"며 의아해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곧 그 독특한 맛에
대한 입소문이 퍼졌다. 공무원·군인·정치인·예술인들이 붕어찜 맛을
보기 위해 일부러 비포장길을 달려오기도 했다. 새벽 4시에 가게 문을
두드리고 붕어찜을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80년대부터 분원붕어찜의 명성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고,
붕어찜을 내놓는 식당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이씨만이 가진 '비밀의
양념맛'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었다. 이씨는 "우리 집에서 설겆이하던
아줌마들이 다른 식당 주방장으로 스카우트되는 일도 있었다"며 "내가
양념에서부터 김치까지 다 맡아서 했기 때문에 비밀은 절대로 새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도 수많은 단골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고, 주말이면 하루에 50명
정도가 미리 예약을 한다는 강촌매운탕은 고추장·고춧가루·짠지를 직접
담그고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수저를 세 번
접은 종이로 싸서 내놓는 등 서비스도 각별하다. 이씨는 "아무리 경쟁
식당이 늘어나도 아는 사람은 어디가 원조인지 다 안다"며 "아들(31)이
장가가게 되면 며느리한테는 양념의 비법을 가르쳐줄지 고민 중"이라며
웃었다.
●붕어찜이란?
붕어는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에 널리 분포하며 잉어과에 속하는 1차
담수어다. 조선시대 문헌엔 부어나 즉어로 기록돼 있다.
붕어찜은 '동의보감(東醫寶鑑)'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규합총서(閨閤叢書)' 등에서 그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의
붕어찜은 붕어를 소쿠리에 넣은 뒤 찜통에 쪄서 양념간장을 곁들인
요리였다. 지금과 같은 붕어찜은 광주시 분원리의 이영숙씨가
76년 개발한 것으로, 참붕어 두 마리를 두꺼운 냄비에 넣은 뒤 양념장을
붓고 끓여서 만든다. 요리시간은 20~30분 정도. 위와 비장(脾臟)에 좋고,
비위가 허약해 입맛이 없을 때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강촌매운탕
연락처는 ☎(031)767-9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