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는 3월 말부터 4월 중순경에 잡힌 것이 최고로 맛있다 해서
'곡우살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조기는 봄철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를 전후로 살이 오르기 때문이다. 곡우살이는 몸집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살이 연하고 담백해 왕의 수라상에 빠지지 않고
진상됐다.
동의보감과 방약합편에 따르면 조기는 그 성질이 어느 한 곳에 치우침
없이 평이하여 널리 쓰인다. 또한 단맛이 나고 독도 없다. 조기는
위장에도 유익하며 뱃속에 탈이 생겨 배가 답답하고 팽팽하게 부어오르는
병인 복창이나 심한 설사병을 다스리는 데도 효능이 뛰어나다.
한방에서는 오래된 임질이나 신장, 방광에 결석이 생겼을 때 조기의
머리뼈를 태워 재를 만들어 처방하곤 한다. 또 노약자나 병약자가 조기
국물을 마시면 금세 기운을 되찾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조기에는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등이 골고루 포함돼 있다.
조기는 지방질이 적은 흰살 생선으로 말려서 굴비로 가공하면 장기간
먹을 수 있으며 맛 또한 일품이다. 특히 음력 3월에 잡힌 조기로 만든
굴비를 '앵월굴비'라 하는데, 이는 벚꽃이 만개한 시기에 잡힌
조기라는 뜻. 하지만 국산 굴비는 가격이 예나 지금이나 매우 비싼데다
가짜 조기들이 판을 치고 있다. 간단한 참조기 구별법을 소개하면 국산
진품은 입이 붉은 색을 띠고 눈과 등 주변이 노란 황금빛을 띠는 반면,
수입산은 입이 회색이며 눈과 등 주위가 붉다.
조기는 간단하게 팬에 굽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반찬이지만, 제철 채소인
미나리와 생선요리의 감초인 무를 넣어 조기찜을 만들면 한결
풍성해진다. 미나리는 봄을 상징하는 향채로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고
향긋한 맛을 내준다. 미나리는 비타민 A, B1, B2, C 등이 다량 함유돼
있고 철분, 칼슘, 인 등 무기질까지 골고루 갖춰 약용 효과도 크다. 또
기관지와 폐에 쌓인 노폐물을 걸러주는 자정작용이 강해 매연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아주 좋다. 생무는 갈증해소와 소화를 도와주지만,
익혀먹으면 가래를 삭혀주는 효능이 있다.
조기찜을 만들 때는 적당히 꼬들꼬들하게 건조된 조기를 고른 후, 양념이
잘 배도록 어슷하게 칼집을 낸다. 찜 냄비에 먼저 1cm 두께의 무를
바닥에 깔고, 조기를 얹어 양념을 골고루 끼얹어 찐다. 미나리는
조기찜이 거의 익을 무렵에 넣어주거나 별도로 끓는 물에 데쳐 차갑게
식힌 것을 완성된 조기찜에 곁들여내도 된다.
( 안병철 / 한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