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테러 공격 후 6개월이 지난 현재 미국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공항은 물론이고 주요 놀이공원·경기장 등 공공장소를 드나들 때마다 검문을 당하는 불편은 일상생활이 됐고, 목에 거는 ID(신분증)가 직장인들한테는 복장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에는 시내 곳곳에 범죄 및 테러 예방을 위한 감시 카메라가 등장, 일반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감시하고 있다.

◆ 공공장소 보안 강화

미국 전역의 공항은 9·11 테러 이후 군인들의 상주 근무 체제로 돌변했다. ‘신발 폭발물’ 발견 이후에는 공항 검색대에서 신발을 벗은 채 머리끝부터 발바닥까지 검문을 받는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다. 여행가방 속에 있는 면도기나 손톱깎이를 빼앗긴 승객의 불평도 들리곤 한다.

항공 경찰이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으나, 항공경찰 숫자가 하루 평균 2만 편의 국내선까지 다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공항뿐만 아니라 디즈니랜드 등 놀이공원도 여행객들의 가방 검사 등 출입이 대폭 까다로워졌다. 캘리포니아주(州)에 있는 디즈니랜드는 폭발물 탐지견(犬)이 밤마다 공원을 돌면서 안전체크를 하고 있다. 발전소, 핵시설, 가스 파이프 및 송유관, 다리 등 국가 기간산업도 매일 안전점검과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

◆ 감시당하는 미국인

미국 국민들은 일상의 불편함뿐만 아니라 인권침해까지 감수하면서 생활한다. 공항 내 검색 강화는 출발시간 지연 및 스케줄 변경 등으로 직장인들의 비즈니스에 막대한 차질을 가져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지난 2월 4일 사이 미국 내 공항 터미널이 안전을 이유로 35차례 소개(疏開)됐으며, 지난해 10월 30일부터 두 달 동안 항공기 출발 지연이 1361회나 된다고 8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비행기 출장을 자제하고, 자동차나 철도 등 육로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추수감사절 때 비행기 대신 자동차·철도 등의 이용 여행객이 증가, 미국 내 철도인 암트랙(Amtrak)은 열차편을 7만5000석 증편했다. 이러한 변화는 항공산업과 관광산업을 침체의 늪으로 빠뜨렸다.

미국 국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광범위하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9·11 테러 이후 CIA(중앙정보국)가 알 카에다 같은 테러조직 조사뿐만 아니라 개인 전화나 이메일 도청 등 미국민들을 염탐할 수 있는 합법적 권한까지 부여받았다.

◆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철퇴

미국 불법입국을 계획하고 있거나, 미국 내 불법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9·11 테러가 치명타를 날렸다.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에는 국경 경비요원이 증원됐으며, 지난해 12월 이후 3만1400명이 비자 만료와 법 위반으로 출국조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탄저균 공포 이후에 의사와 간호사들은 교육을 다시 받고, 병원마다 위험한 세균 검사 장비와 재앙에 대비한 시설을 갖추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해 성경을 찾는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성경 판매가 과거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갑작스런 불행에 대비하기 위해 유언장 작성을 변호사들에게 의뢰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불안과 슬픔을 벗어나기 위해 쇼핑과 섹스에 탐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9·11 테러에서 10개월이 지나면 일시적인 베이비 붐이 일어날 것으로 미국의 한 사회학자는 전망했다.

(뉴욕=金載澔특파원 jae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