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채퐁 김치퐁 ’의 강종만 이광호 김영준 유영지(왼쪽부터)씨.원화 배경에는 장독,옹기 등 고유의 정취를 드러내는 아이템들이 곳곳에 숨어있다.<br><a href=mailto:leedh@chosun.com>/이덕훈기자 <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주주뱅크'라는 기획사의 이름은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KBS에서 4월 방영 예정인 TV시리즈 '채채퐁 김치퐁'은
이들의 첫번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서울 역삼동 뒷골목,
닭요리 전문점이 1층에 입주해 있는 4층 빌딩의 한 평범한 사무실.
실평수 30여 평의 이 공간에서 9명의 단출한 인원으로 도전하는 이들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쟁쟁한 관록을 자랑하는 선배 제작사들을 물리치고,
창작 진영이 부러워하는 방송사 공모전 당선을 따냈을까. 또 알듯
모를듯한 제목의 이 애니메이션은 어떤 내용일까.

김영준(41) 대표는 2000년 9월로 시계를 되돌렸다. 지인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 누군가 "포도를 발효시킨 것이 와인, 우유를 발효시킨 것이
치즈인 것처럼, 우리나라의 김치는 동물성과 식물성을 결합한 최고의
발효식품"이라고 말문을 던졌고, 김 대표는 무릎을 쳤다.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제작, 해외 마케팅으로 10여년 잔뼈가 굵은 그에게, '월드컵'과
'문화상품' '에듀테인먼트'등의 단어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다.

"맥도널드, 버거킹 등 햄버거 체인도 '베지버거(Vegetable+burger)'를
만들 정도로 채식주의가 유행입니다. 더구나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닙니까. '김치'를 소재로 우리 어린이, 또 세계
어린이들에게 통할 수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은 거죠."

벼락치기 수험생과 다를 바 없었지만, 40일 가까이 밤을 새다시피 한
기획안은 이들에게 KBS 공모전 당선의 영광을 안겼고, 기본 취지에
반색한 방송사측은 공동제작을 제안했다. 소문은 일본에 먼저 퍼졌고,
NHK, 아사히, 후지 TV등의 취재가 잇따랐다.

이러한 마케팅 요인이 '김치 애니메이션'의 기획을 이끌긴 했지만,
이들의 화두는 '재미'다.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김치를 잘 안 먹는다는
요즘, '교육'과 '공익'같은 개념을 내세워봤자, 호응을 얻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제목에도 그런 고민이 녹아있다. '채채퐁'은
"채소란 채소는 모조리 퐁당"의 약어. 김치퐁은 요즘 유행하는 몬스터
애니메이션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채소괴물을 '베지몽'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 한국어 식 어감이란다. 유영지(28) 대리는 "김치가 동물성과
식물성을 둘 다 가지고 있다는 데 착안, 동물의 신체 모양 일부분에
김치요소를 집어넣는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가령 김치퐁
'바츄'는 꼬리가 배추인 털북숭이 강아지고, '쵸쵸'는 귀가 고추처럼
생긴 캐릭터인 식이다.

'김치와 건강, 매직과 어드벤처'가 컨셉이라는 이 독특한 프로젝트가
'재미'과 '교육'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지
주목해 볼 일이다.

● ‘채채퐁 김치퐁’은?

3~12세를 대상으로 김치를 소재로 한 코믹 어드벤처. 김치 몬스터들은
김치스탈(김치+크리스탈), 캐니멀(김치+애니멀), 업그레이드 김치퐁 등
세 가지 형태로 변신한다. 싱싱랜드에서 할머니와 사는 주인공 토치가
김치 몬스터와 함께 건강한 지구를 되찾기 위해 펼치는 모험담.
프리프로덕션은 코코 엔터프라이즈, 제작은 동우 애니메이션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