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편집국에서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난상토론 참가자들.왼쪽부터 최장원 이명옥 이영배 유동연 김형진씨.<a href=mailto:jpkim@chosun.com>/김진평기자 <

## "1등 신문은 결국 독자들이 만든다…독자수준 너무 높아져" ##


독자들은 조선일보를 만족스럽게 읽고 있을까. 불만은 무엇일까. 어떤
기사를 원하고 있을까. 주부·변호사·회사원·대학생 등 4명의 독자가
최근 조선일보 뉴스룸을 방문, 조선일보 기자와 이런 문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조선일보에 대한 질타와 비판, 애정과 관심을
다양한 목소리로 2시간여 동안 쏟아냈다. ( 편집자 )

=조선일보가 비교우위를 확대·재생산하려면 권위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좇아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권위와 더불어 대중성도
갖추고 있다. 권위는 독자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재미를 통해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독자가 다가오는 과정을 통해 저절로 생겨난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서 우리 말의 뛰어난 구사력에 자주 감탄한다.
재미있게 쓰면서 표현이 정확하다. 우리 애들에게 학습용으로 논설을
보여주고 있다. 논설 독자 중 청소년들도 상당수 있는데 이런 독자들이
읽어도 좋은 논설을 많이 써달라.

그런데 최근에는 간혹 감정섞인 논설들이 나온다. 내막을 모르는
독자들은 헷갈리거나 당혹스럽다.

=조선일보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선일보가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고 더욱 발전하려면 젊은 세대의
생각과 의견들을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조선일보를 봤다. 섹션도 생기면서 전에 비해 재미는
늘었다. 그러나 기사는 정확해도 너무 딱딱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정치·경제면을 안 본다. 조선일보에는 생활에 스며들
만한 기사가 부족하다. 한자가 많다는 것도 지면을 딱딱하게 만든다. 온
세상이 다 아는 이용호를 매번 한자로 표기할 필요가 있나.

=세대 차이인가. 우리는 신문에서 한자가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한다.(웃음)

=젊은 세대를 겨냥한 '2030섹션'에 정작 그 세대 시각이 담겨있지
않다. 마치 한 발짝 떨어져서 우리를 관찰한다는 느낌이다.

=독자 수준이 과거와 비교가 안된다. 요즘 독자들은 굉장히
적극적·구체적·논리적으로 반응해와 기자 입장에서 뜨끔할 때가 많다.
사실과 다르게 쓰거나 독자를 무시한 기사는 생각지도 못하는 시대가
됐다. 예전에는 독자들이 전화나 편지로 밖에 의사를 전달못했다.
한마디로 일방통행이었다. 이젠 쌍방향 시대다. 기자에게 책임을 주기
위해 이름 옆에 이메일을 달았는데 거꾸로 이게 정말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신뢰성이 있기에 조선일보는 선택된다. 기사의 신뢰성은 확인절차에
달려있다. 조선일보사측은 알아야 한다. 결국 독자가 결론이라는 것을.
정치권이든 경제계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선일보를 칭찬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조선일보의 성가를 평가하는 마지막
주체는 독자다. 경영진이나 정치권력은 이제 무섭지 않다. 독자의 평가를
조선일보 기자들도 가장 두려워한다.

=광고도 많고, 섹션도 많아 신문이 너무 두꺼워졌다. 전철에서 잡고 보기
힘들다. 신문을 잡고 있으면 섹션은 주르르 흘러내린다. 그런데 본지에서
찾을 수 없는 재미와 정보는 섹션에 더 많다.

=미국에서는 신문이 책처럼 두껍다. 제일 두꺼운 일요일판 신문만 사는
사람도 있다. 신기하게 나이가 들면서 나는 광고가 재미있어졌다.
신문광고도 하나의 뉴스, 중요한 정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누군가는
정보 선별의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그게 권위지가 할 몫이다.

=기자가 직업의식을 가지고 뛰겠지만 혼자 힘으로 모든 영역을 다
담당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요즘 유행어·비속어 등은 기자들보다
아이들이 더 잘 알고, 휴대전화도 애들이 어른보다 더 잘 안다. 공통
관심사가 있으면 초등학생과 대학생이 친구처럼 지낸다. 그런데 이제는
초등학생이라고 이런 매체에서 제외되는 시대가 아니다. 채팅·동호회 등
온라인 상에서 정보를 얻고,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많아졌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열린 태도로 받아들여 독자들과 발맞출 수
있는 신문을 보고 싶다.

=인턴기자를 해보니 기자도 자신이 만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떤
기사를 쓰든지 전문가에게 항상 확인절차를 거치는 것을 봤다. 내가
최고, 내 지식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기사 쓰는 조선일보 기자를 보기는
어려웠다.

=조선일보가 영어공용화 논쟁을 제기했을 때 깜짝 놀랐다. 그 주장에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그런 이슈화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사회
전반의 격렬한 논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잠복 중이라 아쉽다.
조선일보는 다른 곳에서 하지 못하는 문제제기를 계속 해주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조선일보의 보수·민족주의적 이미지와 상반된 얘기라
의아했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일보를 보수·민족·반공이데올로기 매체로 보는 것
같은데, 도대체 보수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궁금하다. 조선일보는 열려
있다. 최고의 신문은 독자가 만들지 똑똑한 기자 10명, 20명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실수를 바로잡는 건 '안'이 아니라 '밖'이다. 그렇게
퀄리티 페이퍼는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독자들이 가진 조선일보에 대한 그런 이미지 때문에 오늘날
조선일보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선입견'
때문에 주머니에 단돈 500원밖에 없을 때 주저없이 조선일보를 선택하지
않나?(웃음)

=그건 정보가 많아서가 아닌가 싶다.

=조선일보는 해외 뉴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
일본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중국여자들이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르는지 그런 것도 모른다. 그런 섹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영어공용화도 좋지만 국제 사회에 대한 독자들 인식의 향상도 필요하다.

=인턴 기간 중 각 신문 지면분석을 했다. 조선일보 보도는 너무 미국
쪽에 치우친 느낌이다.

=신뢰성이 있기에 조선일보는 선택된다. 기사의 신뢰성은 확인 절차에
달려 있다. 이메일클럽을 잘 보고 있다. 오프라인의 기사는 사실 위주로
보도되지만, 이메일클럽은 취재의 뒷얘기나 지면에 담지 못한 얘기들을
전해줘 재미있다. 오프·온라인의 균형을 잘 취하면 온라인 매체와
경쟁해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신문은 기자들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 기사도
외주를 주고, 최고 전문가를 끌어내여 글을 부탁하면 쌍방향 의사소통도
되면서 질도 자연히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증권사에 있는 친구들은 시장 영향력은 속보가 강한 온라인이
절대적이라고 다들 말한다. 오프라인에 바라는 점은 정확한 분석이다.
그걸 통해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다.

=경제기사가 경제지와 비교해서 질적, 양적으로 많은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속보로 경쟁하지 말고 권위있는 해설을 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경제섹션의 대상을 분명히 설정해라.
20대 대학생에게는 너무 어렵고 주부들에게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경제가 전 국민의 화두가 됐는데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면을
만들어달라.

=안티조선 운동이란 게 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문 선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떤 신문을 보지 말라고 강권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위배된다. 이런 인위적 운동보다 무서운 것이 독자의 반응이다.

=문화면에 잘먹고 잘사는 법, 유명한 사람들의 맛있는 음식 이야기들을
많이 보도해 나 같은 사람을 열받게 한다. 실패담이나 가난한 사람,
소액으로 아등바등 돈을 불려 보려고 백방으로 뛰는 보통 사람들의
얘기를 더많이 들려 달라.

=남자들은 사회에서 일을 하니 잘 모를 테지만 인터넷을 비롯한 모든
언론매체에서 40대 여성들은 제외되어 있다. 극단적으로 30대가 되면
여자는 노령화단계에 들어섰다는 말까지 한다. 그러니 40대 이상
여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대단하다. 이 문제는 언론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교육 때문에 이민가겠다는 사람 많다. '이민 안 가는 한국'을
케치프레이즈로 내걸면 어떤가 싶다. 교육에 주택, 이민 모든 게 다
달려있다. 가장 기본 문제면서 아무도 문제제기를 못하고 있다.

=외부 칼럼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문화 사회 교육 등
외부필진들의 글이 많지만 그 분량은 너무 짧다. 그러니 깊이 못들어가
심층적 분석이 어렵다.

=일산 주민인데, 일산의 조선일보 기사는 '제 3세계'라는 인상이다.
지방 기사를 더많이 실어줬으면 한다. 프리랜서 기자들을 쓰는 게
어떻겠느냐. 강남에 비해 강북 기사가 너무 적다.

=여자들은 여자 기사가 적다, 노인들은 노인 기사가 적다, 경기도민은
경기도 기사가 적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그런 의견들을 잘 수렴하는 게
중요하다.

=독자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아부하려고 신문을 만들어서도 안된다.
좋은 정보와 고급 기사를 상품으로 제공하고 독자들은 그 이유로 신문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조선일보가 최초로 주가 시세표를 지면에 싣고, 광수 만화도 연재하는
등의 과감한 시도는 높이 평가한다. 거기에 덧붙여 이 사회 기존 질서에
안주해있는 것들을 과감하게 비판해줬으면 한다. 조선일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도덕적 우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도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에 대해 과감한 비판을 함으로써 진정한 도덕적 우위가
누구에게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

=용기있는 신문을 만들려면 독자들이 뒷받침해야 한다. 옳은 소리에는
격려도 해주고, 틀린 소리에는 전화·이메일이 용량초과될 정도로 질책도
해줘야 한다. 그런 게 오고가야 독자도 양질의 정보를 얻고 신문사도
제대로 된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신문과 지내는데 요즘 답답한 게,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는데도 문제제기는 제대로 안된다는 점이다. 정권은 바뀌니까
문제제기의 방향은 국가경쟁력 제고 쪽으로 가야 한다. 조선일보는
경쟁력만큼 책임감도 있다. 아젠다 설정 기능을 맡아야 한다.

=아침에 신문을 펼쳤을 때 어두운 사건사고가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250만 독자, 곧 1000만명 넘는 사람들이 나처럼 우울한 아침을
시작하고 그것이 매일 반복된다고 생각해 봐라. 최고 영향력의
매체니만큼 아침마다 밝고 긍정적 기사를 더많이 실어줬으면 좋겠다.

=신뢰가 있기에 기대도 큰 것이다. 주부 입장에서, 우리 가족들에게 약이
되는 다양한 기사로 독자를 끌어주었으면 한다. 좋든 나쁘든 애정을
갖고, 질책도 하고 격려도 하겠다.

이명옥(李明玉·여·44):주부.
김형진(金亨珍·40):세화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이영배(李永培·39):KTF 홍보실 차장.
유동연(兪東燕·여·21):이화여대 심리학과 4년. 조선일보 인턴기자.
최장원(崔壯源·40):조선일보 사회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