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7시쯤 서울 대치동 주택가의 6층 상가 건물. 지하
2층의 한 클럽에 30~60대 남녀가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직원이 출입구에서 손님 이름과 회원 번호, 얼굴 등을 미리
정보가 입력된 컴퓨터에서 확인한 뒤 입장시켰다.
이곳은 이혼자만 출입하는 사교클럽. 지난달 1일 한 결혼정보회사가 국내
처음으로 개장했다. 회원 가입절차는 까다롭다.
호적등본·졸업증명서·재직증명서 등 갖가지 서류를 제출해 이혼경력과
학력·직장 등을 증명해야 하고 석달분 회비 20만원도 선불로 낸다.
하지만 개장 한달 만에 회원이 500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이다. 매주
한두 번씩 들른다는 황모(여·35·통역가이드)씨는 "이혼 후 일곱살배기
딸을 키우며 혼자 사는 게 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오면서
'인생을 즐겁게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96년
이혼했다는 홍모(51·사업가)씨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끼리 만나니
위로도 되고 대화도 잘 통한다"고 말했다. 연중무휴로 평일엔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주말엔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여는 이곳에는
하루 100~200명 정도가 찾는다.
150평 규모의 내부는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쳐진 2인용 테이블 40여개가
벽을 따라 배치돼 있고, 한가운데에는 홀이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술을
마시는 바와 15평 크기의 룸도 1개 설치돼 있다. 70여명의 이혼남녀들이
테이블에 앉아 차나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고,룸에선 30~40대 남녀
10명이 10대처럼 들뜬 얼굴로 상대를 고르는 '짝짓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 직원은 "'전문직' '40대' '대졸' 등 주제를 정해
수시로 즉석 미팅이나 댄스파티를 연다"며 "미팅이 있는 날은 손님이
두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바에는 신입회원이 상대를 고르도록 컴퓨터도 놓여 있다. 사진을
클릭하면 주소·직업·최종학력·자녀 수 등 15개 항목의 상대방
신상정보가 나온다. 상대가 정해지면 '프로 중매쟁이'인 클럽 직원들이
두 사람을 연결시켜준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咸仁姬) 교수는 "우리사회는 이혼이
보편화됐지만 아직 이혼문화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클럽이
이혼문화 형성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