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유럽으로 가지, 일본은 안간다."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이 이른바 '자존심 론(論)'까지 동원해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자신의 거취를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1일 대한축구협회의 측근 인사에게 "월드컵이 끝난 뒤 유럽의 프로팀 사령탑을 생각중"이라며 "일본 프로팀 감독은 맡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히딩크 감독의 '자존심 론(論)'.

히딩크 감독은 "일본에 대한 한국민의 정서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알면서 한국 대표팀의 감독을 맡은 내가 어떻게 일본의 프로 축구팀으로 가겠냐"고 반문했다.

일본 프로축구 교토 퍼플상가가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2억엔(약 22억원)의 거액을 제시했다는 하루 전날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돈도 돈이지만 '한국민의 정서를 고려한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

98프랑스월드컵서 모국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은 것을 비롯해, 아인트호벤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의 명문구단 감독을 역임했던 경력에 비춰 일본 프로팀 감독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히딩크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월드컵이 끝난 뒤 히딩크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을 감지한 듯 유럽리그에 대한 관심도 숨기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축구의 본 고장인 유럽리그에서 한번 더 사령탑을 맡아볼 생각이 있다"며 "하지만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는 한국축구 대표팀의 전력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스포츠조선 이백일 기자 maver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