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매서운 겨울바람이 끝자락을 거두지 않고 있지만,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깨우려는 봄기운은 벌써 남녘의 산하를 포근하게
감싸안고 있다. 해마다 경칩을 앞둔 이맘 때쯤이면, 전남지역 명산
기슭에서는 '신비의 약수'로 불리는 고로쇠 수액이 제철을 맞아
전국에서 찾아온 성급한 상춘객들의 목을 축여준다.

지역별로 지난달 중순 채취가 시작된 고로쇠 수액은 이번 주말부터 본격
출하될 전망. 가족들과 함께 명산을 둘러보며 이른 봄기운을 맞이한 뒤,
고로쇠 물을 마시는 '건강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계절이다.

전남지역에서 고로쇠 수액이 나오는 곳은 구례 지리산 일대를 비롯, 광양
백운산, 장성 백암산, 순천 조계산, 화순 모후산, 담양 추월산 등 6곳.
이들 지역에는 모두 3668㏊에 119만여 그루의 고로쇠나무가 자라고 있다.
올해는 이중 2327㏊ 8만5000여 그루에서 70여만ℓ의 수액을 채취,
630여농가가 19억여원의 농가소득을 올릴 전망이다.

수액 채취는 이달 말(지리산은 4월초)까지 계속되며, 가격은 18ℓ
들이(1말) 한 통에 4만5000~5만5000원선.

도는 고로쇠 수액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자 농가소득원을 늘리기 위해
지난 94년부터 고로쇠나무 심기운동을 펼쳐 지난해까지 모두 535㏊에
100만여 그루를 심었다. 올해도 보성·장흥 등 8개 시·군 85㏊에
25만그루를 심을 계획.

도는 또 수액 채취자들이 증표를 달고 정해진 옷차림으로 입산하도록
하는 한편, 쓰레기를 철저히 수거하는 것은 물론,
명예산림보호지도위원으로 위촉해 산불방지와 밀렵감시활동도 병행토록
하고 있다.

한편 고로쇠는 통일신라 말기 도선국사가 광양 옥룡사에서 수행 중
무릎이 펴지지 않았으나, 부러진 나무가지에서 떨어진 수액을 마시고
무릎이 펴져 '골리수'(骨利水·뼈에 이로운 물)로 불려오다 소리가
변해 '고로쇠'가 됐다고 전한다.

이 수액은 1.8~2% 가량의 자당성분을 비롯,
나트륨·마그네슘·칼륨·칼슘·철분 등 무기물, 비타민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위장병과 신경통, 고혈압, 관절염, 산후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는 뜨끈뜨끈한 온돌방에 가족이나
친구끼리 둘러앉아 명태나 오징어를 곁들여 마시며, 한꺼번에 많이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