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간지 월 스트리트 저널의 대니얼 펄(Pearl·38) 남아시아 지국장이 파키스탄의 이슬람 과격분자들에게 피랍돼 살해된 사건 이후, 파키스탄 정부가 용의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색출 작업과 과격분자 근절을 선언했으며, 각국 정부와 언론인 단체들의 비난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22일밤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을 응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앞으로도 유사 범죄를 꿈꾸는 자들에게 본보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또 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도 통화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앞서 이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파키스탄 경찰에 체포된 영국 태생의 이슬람 과격 분자 아흐메드 사에드는 지난 14일 법정에서 납치 가담 사실을 시인하고 펄 기자가 이미 살해됐을지도 모른다고 진술했었다. 뉴욕타임스지(紙)는 펄 기자가 지난달말 대미(對美)공격 차원에서 참수에 처해졌으며, 살해범들은 당초부터 그를 석방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23일 보도했다. AFP 통신은, 현재 경찰 수사는 ‘알 카에다’ 테러 조직과 연관된 이슬람 과격조직인 ‘하르카트 울 무자헤딘’의 조직원인 암자드 파루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펄은 지난달 23일 파키스탄의 한 이슬람 과격단체 지도자를 인터뷰하러 나간 뒤 납치됐으며, 이후 27일 펄을 납치했다고 주장한 ‘파키스탄 주권 회복을 위한 민족 운동’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펄을 미 중앙정보국(CIA)·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유태인 첩자로 몰아세우면서 아프카니스탄에서 붙잡힌 탈레반과 알 카에다 포로들의 전원 석방과 탈레반 정권의 전 파키스탄 대사로 파키스탄에 체포돼 미국에 넘겨진 압둘 살람 자이프의 석방을 요구했다.

한편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인인 펄 기자의 아내 메리안에게 서한을 보내 “가장 야만적이고 잔혹한 테러의 결과인 이번 살인에 경악했다”고 말했으며, 국제기자연맹(IJF)의 크리스토퍼 위런 총재와 프랑스 파리 소재 ‘국경없는 기자회’도 각각 “혐오스럽고 잔혹한 사건” “기자를 정부 정책의 속죄양으로 이용하는 광기는 알릴 권리를 위협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전세계 언론인 피살 건수는 재작년의 24명에서 작년에는 37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