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의 투옥과 10년의 해직생활을 겪는 등 어려움 속에서 일궈온 꿈이 무너진 듯한 느낌입니다.” 서울지하철공사 노조가 작년(2001년) 임금·단체협상안을 찬반투표를 통해 22일 부결시키자, 2000년 1월 ‘무쟁의(無爭議)’를 선언하는 등 새바람을 일으켜온 배일도(裵一道· 사진 ) 위원장은 개표결과를 무척 아쉬워했다.
그는 그러나 “지하철공사가 공공서비스 기업이라는 것을 노사 모두 잊지 말고 엄청난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사측은 경영·조직·생산·유통·재무 등의 구조를 철저히 재편하고, 노조도 눈앞의 이익에 쉽게 현혹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는 또 한국의 노사문화에 대해서도 일침(一針)을 가했다. 지금처럼 노사가 힘겨루기를 해마다 반복하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4% 인상, 노조측은 12% 인상을 내걸고 힘겨루기에 들어가면 보통 중간선인 6% 인상으로 타협이 되지요. 그 뒤 사용자는 노동비용이 너무 높다면서 외국으로 떠나고, 노조도 요구한 만큼 얻지 못했다는 패배감에 빠집니다. WIN·WIN이 아닌 LOSE·LOSE게임 식(式)으로는 국제화시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배 위원장은 이러한 노사문화를 바꾸려면 노사 모두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의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사분쟁에 개입해 자율적인 노사교섭을 깨지 말 것과, 노조측은 계급대립적 관점에서 벗어나 기업에 온정주의를 기대하지 말 것 등을 주문했다. 또 매카시즘을 예로 들며 상급 노동단체가 소속 노조에 획일주의적으로 지시하는 것도 하나의 병폐라고 지적했다.
협상타결안 부결로 노조위원장직을 물러나는 배 위원장은 “원래 이대역 역무원 출신인 만큼 역무원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재출마하라는 권유가 있지만 당장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