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능가하는 지구촌 축제라는 월드컵이 석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부족한 감은 있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착실하게 이런저런
준비를 해왔다. 서귀포와 상암동을 비롯한 전용구장들이 세계 건축가와
축구인들의 찬사 속에 속속 문을 열었고,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화장실 청소 상태와 이용 문화를 개선하자는 운동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데도 사실상 잊혀진 과제가
하나 있다. 우리 음식문화에 관한 것이다.
월드컵 손님맞이를 위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한 깔끔한 분위기의
고급식당에 관한 보도를 가끔 본다. 하지만 그렇게 '품격 높은'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월드컵 때 올 40만명의 외국인 가운데 1%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절대 다수는 우리가 평소 이용하는 대중식당으로 간다는
얘기다. 당연히 우리의 식당 문화, 식사 문화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수백년 동안 굳어온 습성을 하루 아침에 뜯어고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생각해도 문제있는 부분은
월드컵을 계기로 고치는 것이 옳지 않을까.먼저 대부분 음식점, 특히
한식당의 서빙 방식이다. 밥과 국을 제외한 모든 요리와 반찬을 각자
수저로 번갈아 떠먹는 것부터가 문제다. 앞접시를 처음부터 내주는 곳은
아직 많지 않다. 그나마 국물이 없는 음식은 조심스레 젓가락으로
집어먹을 수 있지만, 찌개나 동치미처럼 국물있는 음식은 숟가락을
밀어넣기가 아무래도 민망하다. 비위생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외국인들도 당황한다. 서양은 공용 서빙스푼을, 중국은 공용 젓가락인
'꿍콰이'를 꼭 내놓는다.
음식 가짓수도 지나치게 많다. 한정식의 경우 10가지 이상이 나오고,
밥과 국을 주고 나서 다시 밑반찬 서너 가지를 낸다. 서로 어울리는 몇
가지만 조합해 3~4가지 코스로 간소화하면 어떨까. 가짓수가 워낙 많아
남는 것이 많은가 하면, 어떤 음식은 한두 젓가락 분량에 불과해 차마
손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음식점에서 단체 예약객을 맞는다며 손님들이 오기도 전에 뚜껑도 덮지
않은 채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놓고 방치하는 것도 꼴불견이다. 상을
뒤덮은 그릇들의 잔치일 뿐 차갑게 식고 습기마저 빠져나간 음식이
맛있을 리 없다.
방바닥에 앉아 먹는 것도 우리에겐 편하고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게는
낯설고 곤혹스러운 문화다. 수저를 한 통에 무더기로 넣어두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외국인도 많다. 일손을 줄이려는 식당 중심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인데, 하나씩 종이 커버로 싸서 올려 놓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식탁에 화장실용 두루마리를 버젓이 올려놓는 식당도 아직
적잖다. 굳이 외국인의 시선을 빌릴 필요도 없이 낯뜨거운 일이다. 또
주문을 받을 때 메모할 생각은 않고 음식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먹을
사람은 손들라"고 요구하는 종업원의 태도는 결례의 차원을 넘어
모욕이나 다름없다.
작년 한국을 다녀간 호주의 한 기자는 "한국에는 월드컵문화가 축구밖에
없는 것 같다.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패션, 프랑스 월드컵 때는
음식문화가 대회 이미지를 주도했는데 한국엔 대표상품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음식은 맛과 종류는 물론 조리법이 다양한
세계적으로 우수한 음식이란 것이 한국을 아는 많은 외국인의 공통된
평이다. 그래서 "한국이 왜 '음식'이라는 훌륭한 카드를 썩힌 채
월드컵을 앞두고 내세울 것을 찾지 못해 엉뚱한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제라도 음식점의 거친 문화는
정리하고, '우리 음식'은 살리기 위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 李成美 / 정신문화연구원 교수·미술사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