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고교생 자녀(1남1녀)와 함께 분당 신도시에 사는 양덕근(梁德根·48·대기업 임원)·김혜경(金惠慶·48)씨 부부는 작년 4월 한국수양부모협회를 통해 소개받은 박경준(3·가명)군을 1년 기한으로 맡아 기르고 있다.
처음엔 아무데서나 쓰러져 울음을 터뜨리는 등으로 정서가 불안했던 아이는 10개월 만에 ‘빙고’ 노래를 곧잘 부르는 가족의 귀염둥이가 됐다. 김씨는 “처음엔 우리 나이가 부담이 돼 입양 대신 위탁양육을 택했다”며 “지금은 친엄마만 동의해주면 입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부모의 불화, 미혼모 출산 등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을 일반 가정에서 맡아 길러주는 ‘위탁양육’이 확산되고 있다. 아직은 종교인이나 친척이 위탁가정의 다수를 차지하지만, 40∼50대의 대도시 중산층 일반 가정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적 ‘핏줄 의식’ 때문에 입양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반면, 위탁양육은 호적에 올리지 않고도 부담 없이 아이를 길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가정 위탁 아동’ 제도가 처음 시행된 지난 2000년 말 현재 1307가구였던 위탁 양육 가정은 6개월 뒤인 2001년 6월 말 2857가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일반 가정도 같은 기간에 114가구에서 230가구로 늘어났다.
일반가정에 아이들을 소개해주는 한국 수양부모협회는 지난해 말 120명의 위탁 부모를 조사한 결과, 이 중 49.2%(59명)가 자기 집을 갖고 있고 45.9%(55명)는 월평균 수입이 15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40∼50대가 전체의 55%(66명)로 늦둥이 삼아 아이를 기르는 중년의 중산층 가정이 많았다고 한다.
아이에게 정이 들면 위탁양육은 입양으로 이어진다. 서울 신림동에 사는 김현수(金鉉秀·문구도매업·46)·강옥희(姜玉熙·45)씨 부부도 세 딸 가운데 둘은 위탁 양육을 통해 얻었다. 큰딸 은혜(金恩惠·16·안양예고1)는 친자식이지만 둘째 소망(所望·8)이는 위탁받아 키우다 지난해 입양했다. 셋째 변혜민(邊蕙旻·7)양도 친부모가 동의하면 입양할 계획이다. 한국복지재단의 양심영(梁心英·40) 기획조사실장은 “핏줄 개념이 약한 미국 부모들도, 입양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일단 위탁양육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탁양육제도는 아직은 초기단계로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악용을 막기 위해 양육 가정에 대한 검증과 사전·사후 교육, 위탁부모의 권리·의무에 대한 규정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殷在植·37) 사무국장은 “수많은 아이들이 매년 외국으로 입양되는 현실에서 위탁양육은 우리 사회가 버려진 아이들을 거둬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