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구조조정·內政위기 반전가능"##
일본 여론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어려운 경제 개혁 요구를
들이밀지 않을까 하는 부담 속에 부시 방문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부시 방문을 통해
'경제개혁'과 '일본의 국제적 역할 확대', '내정위기
탈출'이라는 '3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 하고 있다.
◆ 부시의 지지를 위기 탈출 계기로
고이즈미 내각은 현재 저항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경제 개혁 문제에서
좀처럼 앞으로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관심을 가진
부실채권 문제는 진전이 전혀 없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제 일본을
빼고 세계경제 발전을 논해야 할 단계"라는 말까지 하는 실정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처럼 '개혁 없이 경제발전 없다'는 자신의 주장에
힘이 빠지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 최근 도쿄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45%까지 주저앉았다. 다나카 마키코 전 외상 경질
이후 50% 내외로 추락한 지지율이 하강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관료들과 자민당 구파들은 고이즈미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
고이즈미는 부시 대통령의 방문이 이런 장애물 제거에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한다. 부시는 워싱턴에서 가진 한·중·일 3국 언론과의 회견에서
"일본 경제는 개혁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특히 부실
채권이 문제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이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지도력을 발휘할 것이다"라고 고이즈미의 기대에 부응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요청에 순응했던 편인 일본 국민들 성향을 감안할 때,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과 국회연설을 통해 고이즈미 개혁에 대한
'강력한 지지와 후원'을 표명한다면 내정에서의 위기 상황을 일거에
돌파할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고이즈미는 기대한다.
◆ 일본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등 부시의 외교 참모들은 일본의 안보
역량 확대에 적극적이다. 또 고이즈미는 9·11테러 당시 일본의 숙원이던
'해외 파병'의 길을 여는 등 부시 정부와 호흡을 맞춰가며 일본의
'힘'을 키워왔다.
18일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지금까지 안보 비용만을 부담했던 일본이
역할을 공유하는 지위로 올라와야 한다"는 '새로운 차원의 미·일
동맹'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위해 필요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시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내각은 부시의 이번 지원을 업고 국회에서 그동안 또하나의
숙원이었던 전쟁시 동원 체제를 용이하게 하는 '유사법제'를
조만간 통과시킬 계획이다. 또 부시의 '지원 사격'은 국내는 물론
일본을 경계해 온 한국 등 주변국들에 대해서도 '미국도 이렇게 원하지
않느냐'는 명분으로 활용하기 좋은 재료다.
◆ 우호 과시의 장으로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이같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번
방일을 최대한 '연출'하려 한다. 부시는 5박6일간의 동북아 방문 일정
중 일본을 맨 앞에 두고, 시간도 가장 많이 할애했다. 부시는 특히
일본에 대한 호의적 관심을 과시하기 위해 메이지일왕의 위패가
있는 메이지 신궁을 참배하기로 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는
못해도 신궁에 동행은 하겠다"며 호응했다. 18일 점심을 포함한 종일
회담에 이어 저녁 식사 역시 도쿄 시내 일본식 대중 주점에서 두
정상이 함께 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연설도 미국 대통령으로선 역대
3번째다. 왕궁을 방문해 일왕과 식사까지 한 뒤 일본을 떠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이다.
마이니치와 아사히등 주요 언론들이 "일본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사설과 기사를 통해 주장하고 있지만, 7개월간 4번이나
만나며 '정분'을 쌓는 부시와 고이즈미는 이번 방문을 한 마음으로
이용하는 듯하다.
( 동경=권대열특파원 dykwo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