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얼굴 성형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처럼
기업들도 유행처럼 '성형수술'을 하고 있다. 기업의 '얼굴'이라
할만한 심벌 마크를 비롯해 상징색 등을 일관된 이미지로 새롭게 꾸미는
CI(기업 이미지 통합) 작업이다.
특히 IMF 이후 우리 기업의 환경에 많은 변화가 빚어지면서 CI개발은 더
활발해졌다. 많은 기업이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많은 기업이 탄생되기도
했다. M&A(기업 인수 및 합병)를 통해 새로운 이름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CEO(최고경영자)의 영입으로 발전을 모색하려는
기업들도 많았다. 이럴 때마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CI라는 '디자인
처방'이 시도됐다.
CI 개발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기업 상징 마크는 그 좋고 나쁨에
따라 때론 한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기도 한다. 대기업의 경우 이를 위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비용 지출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 기업들의 상징 마크가 영문자 일변도의 '워드
마크' 일색으로만 채워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세계화' 때문이라지만
'기업의 얼굴'은 곧 우리의 문화적 산물이기에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우리 전통 의상의 무늬를 본 따 디자인한
어느 국내 항공사의 마크를 보면서 금방 '우리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기업들이 CI개발을 하면서 서양 흉내만 내는 건 우리가
얼굴을 성형수술하면서 서양인과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 정석원·엑스포디자인연구소 대표·CI 디자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