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각)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아이스센터에서 열린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고기현(가운데)이 시상식 후 관중의 환호에 꽃다발을 들어 답하고 있다.왼쪽은 은메달을 딴 최은경,오른쪽은 동메달리스트 라다노바(불가리아)./솔트레이크시티<br><a href=mailto:join1@chosun.com>/조인원기자 <

2차례 예선을 끝내고 드디어 결승. 이제 111.12m의 트랙을
열세 바퀴 반만 돌면 끝이었다. 스타트라인에 선 한국의 고기현과
최은경의 옆에는 세계 최강 전력 중국의 양양A와 양양S, 불가리아의
예브게니 라다노바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었다. 이들에 비해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메달을 포기할 순 없었다.

더군다나 바로 전에 끝난 남자 5000m계주 예선에선 친오빠처럼
지내던 민룡이 넘어지면서 실격패한 데다 병원에 후송될 만큼 큰 부상을
당해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 하지만 이 위기의 순간에
한국의 두 어린 여전사들은 너무나도 침착했다.

"탕."스타트총성과 함께 최은경과 고기현이 약속이나 한 듯
레이스초반 선두로 나섰다. 지금까지 국제대회에서 불 같은 막판 뒤집기로
번번이 재미를 봤던 한국으로선 의외였다. 처음부터 뒤에 처지면
경험 많은 중국선수들을 제치기가 어렵다는 계산에서 나온 전략. 오히려
중국의 양양A와 양양S가 뒤로 처져 레이스를 펼쳤다. 긴장감 속에
이어진 치열한 탐색전은 6바퀴를 남겨놓으면서 숨가쁜 격전으로
급반전됐다. 약간 뒤로 처져 있던 최은경이 갑자기 스퍼트를 시작하며
고기현을 따돌리고 선두로 내달은 것.

양양S가 기다렸다는 듯 안쪽에서 고기현을 추월하려고 했지만
빈틈을 주지 않자 균형을 잃고 미끄러 넘어졌다. 뒤를 따르던 라다노바와
양양A가 그 때문에 주춤거리면서 거리가 벌어졌다. 기회였다. 고기현과
최은경이 무섭게 스퍼트를 시작했다. 이후 레이스는 너무 싱거웠다.
2바퀴를 남겨놓고 다시 선두로 나선 고기현의 스케이트날은 힘찬
태극기의 물결 속에서 여유있게 결승라인을 지나갔고, 최은경이 그 뒤를
이었다.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건져 올린 한국의 첫 금 ·은메달이었다.
라다노바가 3위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고기현과 최은경은 경기 후 나란히 "같이 영광을 누려 기쁘다 "며
서로에게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