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샹제리제 거리의 루이비통 숍에서는 아침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개점시간 전부터 쇼핑객들이 길게 장사진을 치는 것이다. 대부분 일본과
한국 관광객들이다. 조금만 늦어도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줄 선
사람들은 미동도 않는다. 왜 이들은 유명 브랜드라면 사족을 못 쓰는가?

「브랜드전쟁」(원제: Brand Warfare, 청림출판)에 그 해답이 들어있다.
존 행콕 금융서비스회사의 CEO이자,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인
댈러샌드로(D'Aessandro)는 이 책에서 『점점 더 많은 현대인들이
「브랜드족」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현대인들은
교육과 교양의 정도에 의해 소속집단이 결정되고, 그 구성원이 뭘
소비하느냐에 따라 소속집단간의 차이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누가 무슨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지가 너무나 중요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유명 브랜드를 찾는 이유를 시간절약,
선택에 대한 확신, 일체감 제공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현대의 비즈니스전쟁에서 기업이 브랜드를 만들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풍부한 사례와 마케팅 실전경험을 통해
들려준다. 그에 따르면, 브랜드란 기업의 이름을 듣는 순간, 고객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의 총체다. 그 속에는 제품의 품질이나 광고 뿐
아니라, 노조문제, 환경보호, 인터넷상의 각종 루머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따라서 아무리 일류 브랜드라 해도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시장에서 부진을 면하기 힘들다. 저자는 리바이스를 예로 든다. 미국
비즈니스 사상 가장 위대한 브랜드의 하나로 꼽히는 리바이스는 지난
96~99년 사이 시장점유율이 28%나 하락했다. 미국 청소년들이 이제 더
이상 몸에 꼭 끼는 청바지를 입지 않는다는 사실, 힙합문화에 심취한
이들이 리바이스의 주요 배급망인 백화점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부단히 변화하고 노력하는 브랜드만이 「브랜드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이다.

21세기에는 과거의 마케팅에서 중시되었던 모든 요소들이 브랜드 앞에
무릎을 꿇는다. 품질조차도 브랜드의 뒷전으로 밀려난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이목을 끌지 못하면 마케팅은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처럼 브랜드 값어치가 웬만한 대기업의 총자산을 웃도는 오늘날,
브랜드는 기업의 사활이 걸린 핵심개념이 된 것이다.

저자는 「킬러 브랜드를 만드는 10가지 법칙」을 이렇게 정리한다.
▶브랜드 제일주의를 표방하라 ▶브랜드족을 공략하라 ▶까다로운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라 ▶수준높은 광고를 위해 끝까지 싸워라
▶강력한 무기 스폰서십을 활용하라 ▶신중하게 접근해서 확실하게
스폰서하라 ▶스캔들을 도약의 기회로 삼아라 ▶브랜드파워로
디스트리뷰터의 기를 꺾어라 ▶일류 브랜드는 최고의 인력을 끌어 들인다
▶브랜드에 관한 책임은 CEO의 몫이다.

저자는 브랜드가 비즈니스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적절하고 재미있는 일화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마이클
포터(하버드대 교수)는 『이 책에는 브랜드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으며, 특히 리더의 경영 전략과 역할에 대해 유익한 교훈을
제공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