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북풍과 따뜻한 태양이 길가는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 시합을 하면?
이솝우화의 정답은 물론 언제나 태양쪽이다. 역학적으로 「바람
에너지」와 「태양 에너지」의 크기와 위력을 대비해 볼 때 「태양」의
승리는 당연하다는 차원이 아니라, 이솝이 말하고자 한 것은 무작정
거칠게 힘을 사용하는 것보다 대화와 설득의 온유한 힘이 더 현명하며
보다 나은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지혜인 것이다.

▶ 한반도 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서 「햇볕정책」이 그동안 국내외에서
설득력을 가졌던 것은 한마디로 전쟁의 위험을 피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모두의 인식 때문이다.
손자병법으로 치면 『전쟁은 나라의 중대한 일로서 백성들의 생사가
달려 있고 나라의 존망이 걸린 길이므로 잘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는
기본인식이 그것인 셈이다.

▶ 손자병법의 모공편에는 『용병을 잘하는 자는 적을
굴복시키되 싸워서가 아니고…이것이 책략으로 적을 공격하는
방법이다』라는 말도 나온다. 전쟁을 하더라도 피를 흘리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가장 훌륭한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의 「햇볕」은 오로지
「평화적 수단」으로서 만사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간 남측이 북측에 이것도 주고 저것도 주고 했어도 돼가는 것은
별무였다. 지금 한·미 간 난기류의 배경이다.

▶ 왜 이렇게 됐을까. 「북한동포」가 아닌 「평양정권」이 남쪽에서
오는 것 가운데 오로지 단물만 받아먹기로 작심을 했기 때문이다.
동구권 붕괴의 실패학을 교훈으로 삼은 까닭이다. 전쟁이든 대화든
이쪽의 의도를 저쪽이 미리 알아버리면 그것은 말짱 헛일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상대를 알지
못하고 나만 알면 1승1패하며, 상대도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

▶ 작금의 남·북·미 상황과 관련한 엊그제 집권측의 당정회의 발언록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대북인식이나 대미인식, 그리고 향후의 대책 등
모든 것이 시정 잡담급이고 제멋대로일 뿐이다. 『북한이
미쳤다고 대화 나오겠다 하겠나』 『일본 총리도 이상하다고 했다고
하더라』 『부시가 무기 팔러 온다고 발표할 수도 없고….』 술좌석의
객담인지 당정회의 자리인지 헷갈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