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보고서를 안 쓸 거라면 발굴을 하지 마라.”
문화재청이 발굴을 하고도 발굴조사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은 기관들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문화재청은 6일 "앞으로 발굴 보고서를 3건 이상 미발간한 기관은
발굴을 제한하고 발굴 유물의 대여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부터는 문화재청 홈페이지(www.ocp.go.kr) 알림마당 공지사항란에
보고서 미제출기관을 공개해 버렸다.
문화재청 조사에 따르면, 발굴 뒤 2년 이내에 국가에 제출하도록 돼 있는
보고서를 제대로 내지 않은 발굴기관은 전국적으로 40개 기관. 모두
141건의 보고서가 2002년 1월말 현재 발간되지 않았다.
이중 충남대박물관이 14건의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2위는 10건의 보고서를 미발간한 강릉대박물관과 동국대
경주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경주박물관, 창원문화재연구소 등
국가 기관에서도 보고서를 제대로 내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사는 '보고서 발간 의무화'를 문화재보호법에 명문화시킨 지난
85년 이후에 문화재청이 발굴 허가를 내 준 것에 대해서만 조사한 것.
고고학계는 85년 이전의 발굴 중에서도 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
있다고 지적한다.
발굴보고서는 발굴을 하게 된 경위와 발굴 뒤 드러난 유적의 성격, 출토
유물에 대한 사진과 실측 자료 등에 대한 설명을 통해 유적에 대한 모든
학문적인 1차 자료를 제공한다. 때문에 보고서 발간이야말로 발굴의
궁극적 목표라고 고고학계는 이야기한다. 세계적인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B Pagan, 미국 산타바바라대학 교수)이 "보고서가 없는 발굴은
'보물찾기'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일부 국내 학자들은 "발굴 뒤 2년 만에 보고서를 완성하도록 하면 질이
떨어지는 보고서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항변하지만, 발굴 20~30년이 지난
뒤 발굴에 참여하지도 않은 후배 학자가 보고서를 대신 내는 경우도 있는
만큼, 마냥 보고서 제출 기한을 늦출 수만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중진 고고학자는 "이런 극약처방을 문화재청이 쓰도록 만든 고고학계가
먼저 자성해야 한다"며 "보고서의 수준은 결국 학자의 수준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최선의 보고서를 기한 내에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