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설사 증세로 고생하다가 치질이 걸린 환자들은 중에 "변비라곤
걸려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치질에 걸릴 수 있냐"며 의아해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설사도 변비만큼 손꼽히는 치질 원인이다. 변비는 딱딱해진 변이
좁은 항문으로 빠져 나오면서 항문 근육을 헐겁게 만들고 상처를 입게
한다. 대변을 볼 때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괄약근마저 점차
느슨해져 항문조직이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치질이 생기는 것이다.
한편 설사는 변비와는 반대되는 이유로 치질을 일으킨다. 설사가 있으면
굳이 항문에 힘을 가하지 않아도 배설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만성설사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항문 근육
사용이 줄어, 그 힘이 약해진다. 또 잦은 배변 탓에 항문이 받는 자극도
심각하다. 또 미처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과 소화액들이 배설되면서 약한
항문 점막에 염증이 생기고 치질이 유발된다.
따라서 평소 항문 괄약근을 조였다 이완시키는 '케켈운동'을 하면 설사
시에 괄약근이 약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항문 근육 이상으로
생긴 출구폐쇄형 변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전에 없던 변비나
설사가 나고 시간이 갈수록 심해진다면 치질보다 위암·대장암·췌장암
등을 의심해야 한다. 최근 2~3개월 이 같은 증세가 갑자기 생겨나
지속·악화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 정희원·강남서울외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