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역사저술가 스티븐 앰브로스(Stephen Ambrose)가 표절
시비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합니다. 그는
아이젠하워, 닉슨 평전을 비롯해 미국 현대사를 재조명한 책들의 저자로,
「블록버스터 저자」의 반열에 올라있습니다. 표절이 횡행하는 국내
학계와 출판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사건의 전말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위클리 스탠더드」라는 잡지는 최근,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이럿들의
활약상을 담은 앰브로스의 베스트셀러 「와일드 블루」(The Wild Blue)가
펜실바니아대 토마스 칠더스 교수의 1995년 저서 「윙즈 오브
모닝」(Wings of Morning)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앰브로스는 이에 대해 즉각, 자신의 부주의를 인정하고 사과했지요.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진화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포브스 닷컴」이
앰브로스의 다른 책들을 뒤져 표절 혐의를 추가로 찾아낸 것이지요.
그러자 뉴욕타임스가 앰브로스의 기존 저서들을 대상으로 정밀조사에
들어갔고, 표절 부분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보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아온 저자가 하루 아침에 파렴치한
절도범으로 전락해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앰브로스의 표절이 무작정 남의 책을 가져다 베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른 책을 인용했다는 각주는 달았지만, 직접인용
부호를 빠뜨린 수준입니다. 앰브로스는 자신의 잘못을 일단 인정했지만,
이렇게 항변합니다. 『다른 사람의 책에서 내가 구상하고 있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고, 그럴 경우 나는 그 부분을 가져다 풀어쓰고 주를 다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나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일 뿐, 논문을 쓰는 학자는
아니지 않느냐.』 앰보로스의 책이 엄격한 학술서는 아니며, 새로운
증언이나 사실들을 발굴해서 역사를 재구성한 대중서인 것은 사실입니다.
미 학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남의 책을
도둑질하려는 적극적 의사는 없었던 것 같다』며 『짧은 기간동안 많은
책을 쓰다보면 실수가 따른다』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학자들,
특히 역사학자들은 『직접인용 부호를 빠뜨린 것은 표절이 분명하다』며
포화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앰보로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펜실바니아 대학을 비롯한 상당수 미국 대학이 그의 책들을
독서 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입니다.
각주는 커녕, 무단도용이 판치는 국내 학계에 이 사건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지난해 말 대학교수 3명이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한
공동논문이 표절로 밝혀져 국제망신을 당한 것은 오히려 빙산의
일각입니다. 지난해 한 출판사는 시리즈 중 한 권이 표절로 드러나 아예
책을 회수한 적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