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Bias: A CBS Insider Exposes How the Media Distort the News)
버나드 골드버그 지음/
레그너리/
미 CBS 방송에서 30년간 기자와 PD를 지낸 버나드 골드버그는 올해 들어
대단한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에서 방송사 앵커와 제작진의 편견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방송뉴스가 좌측으로 편향돼 있다는 것인데,
최근에는 부시 대통령도 이 책을 탐독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미국의
3대 방송 네트워크인 CBS, ABC, NBC의 보도성향이 진보적임은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방송뉴스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앵커들은 독재자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 96년 공화당 대선후보 예선 때 억만장자인 포브스는 단일세율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CBS 방송은 이 공약이 우스꽝스럽다고 깎아 내렸다.
밀튼 프리드만 등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지지하는 경제정책을 뉴스 앵커가
멋대로 폄하한 것이다. 방송은 케네디 의원이나 힐러리 같은
진보인사들의 주장을 이렇게 대하지는 않는다. 방송은 진보적 정치인이나
학자를 소개할 때 수식어를 붙이지 않으나, 보수 성향 인사를 소개할
때는 꼭 보수적인 누구누구라는 식으로 수식어를 단다. 은연중 진보
인사가 정상이고, 보수 인사는 그렇지 않다고 암시하는 것이다.
댄 래더, 피터 제닝스, 톰 브로코 등 3대 방송 뉴스 앵커는 독재에
가까운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CBS의 댄 래더가 특히 그러한데, 동양계
앵커 우먼 코니 정이 CBS를 떠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앵커들은 천문학적
보수를 받고 귀족같이 생활하기 때문에 삶의 현장으로부터 격리돼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진보적 가치를 무조건 두둔하고 있으니,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의 사명을 망각한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앵커와
방송기자들이 무조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도 문제다. 레이건과 부시
행정부 시절 방송은 노숙자 문제를 대대적으로 다루었지만 클린턴이
취임하자 노숙자는 뉴스에서 사라져 버렸다. 노숙자가 공화당 때문이라고
주장했었는데,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도 노숙자가 그대로 있으니 뉴스에서
아예 빼버린 것이다.
방송사에는 여성이 많다. 그래서 방송뉴스는 페미니즘의 입김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 여권론자가 중립적 전문가인 것처럼
등장해서 코멘트를 하고 있다. 방송뉴스가 탁아시설을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방송사의 기혼 여직원들이 자신들을 위해
뉴스를 가공한 측면이 있다. 탁아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이 호흡기가
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방송을 타지 못한 것도 방송사 여직원들의 영향력
때문이다.
2001년 조사에 의하면 3대 방송의 저녁 뉴스 시청률은 43%에 불과, 10년
전에 비해 10%나 줄어 버렸다. 20년 전 월터 크롱카이트가 댄 래더에게
CBS 앵커 자리를 물려 주었을 때 CBS 뉴스는 시청률이 가장 높았지만
지금은 최하위로 밀려났다. 편견이 제일 심한 탓에 시청자로부터
버림받은 것이다. 반면 진보적 인사들의 이중성을 폭로하기로 유명한
폭스 뉴스의 빌 오릴리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결국
미국의 시청자들이 앵커들보다 더 현명한 것이다. 저자는 방송사들이
이런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과연 방송이 바뀔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자기가 속한 집단을 비판한 용기가
돋보이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나라 방송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 이상돈·중앙대 법학과 교수 sdlkies@netsg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