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대립이 급속히 예각적으로 변해가는 지금의 상황은
'햇볕 '이라는 이름의 현정부 '한반도 정책 '에 근본적인 성찰과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의 연두교서에 이어
연일 나오고 있는 미정부 핵심 외교당국자들과 주한대사의 북한관련
발언은 미국이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과 의지로 북한문제에
대처해 나갈 것임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지원을 통한 북한의 변화 유도 '로 압축되는 클린턴시대의
대북 '페리 프로세서 '는 사실상 종언을 고했고, 이제 '상호주의와
철저한 검증 '을 양축으로 하는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대북접근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 기존의
불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스스로 전시(戰時)상황임을
선언하면서까지 테러세력과 그 잠재적 토양을 척결하려는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설정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강경입장에 북한이 '선전포고 '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북한은 또 현정부에
대해서도 6 ·15 공동선언 실천을 촉구하면서 '외세공조 '를 버리고
'민족공조 '를 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북한이 대미관계 진전의
지렛대로 삼아온 핵과 미사일은 이제 미국이 대(對)테러전에서 제거하려는
1차 목표로 설정됐다. 북한이 미국의 의지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긴장수위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북한의 대립 양상 속에서 우리 정부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느냐가 당장의 과제다. 그 동안의 햇볕정책은 그나마 미국의
간접지원이라도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북한정권은 물론 남쪽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불신감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미국에
주문한 '북한 체면세워주기 '를 주한 미국대사가 거부해 버린 것은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그동안 낙관적인 '햇볕 '일변도로만 생각해 온 정부로서는
'악천후 '상황의 대비책이 부족할지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현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역량이 총체적으로 시험받고 있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