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고는 3년 전만 해도 문과 7개반 이과 10개반이었다. 재작년엔
문과 8개반 이과 9개반으로 문과가 늘더니, 올 신학기부터는 문과 8개반
이과 7개반으로 역전됐다.

서울 자양고는 신학기 2학년 편성을 문과 6개반, 이과 7개반으로
나누기로 했다. 작년까지는 문과 4개반, 이과 9개반이었다.

이과반이 줄어들고 있다. 공부하기가 문과보다 힘든 이과
기피 현상이 심해진 탓이다. 남자 고교의 경우 전통적으로 이과반이
문과반보다 7대3이나 6대4 비율로 많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격차가
줄거나 역전되고 있다.

남자 고교에 비해 이과반이 적은 여자 고교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무학여고는 3년 전 2~3학년 10개반 중 이과반이 4개였으나, 작년에는
3개로 줄었다. 올 신학기에는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면서 반은
14개로 늘어났지만, 이과반은 2개로 오히려 더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대학에 쉽게 가자'는 풍조가 학생들 사이에 만연해
있기 때문. 특히 수능을 문과로 응시하고 대학은 이과로 지원해도
불이익이 없는 교차지원 허용이 대폭 확대되면서 '이왕이면 어려운
수학과 과학은 문과에서 쉽게 해치우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과 기피와 교차지원으로 작년 수능시험에서는 인문계 응시자
수(41만6484명)가 처음으로 자연계 응시자 수(19만8930명)의 2배를
넘어서는 일이 벌어졌다.

이과반 기피 학생이 갑자기 늘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이과반
선택을 권유하지만 역부족이다. 경기고 민흥기 교장은 "공부
잘하고 소질있는 학생들에게 이과 진학을 권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과반 기피현상은 대학진학에도 이어진다. 특히 기초과학과 공학 분야가
중점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대 공대 이장무 학장은
"고등학생의 이과 기피가 계속되면 이공계 전체가 무너지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기초과학은 완전히 설 땅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이과보다 취업문이 좁은 문과로 몰리면 근래
심각해진 청년실업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