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마민족 왕의 마지막 식사 벽화엔 생생한 말과 마차 ##
경주의 천마총 내부 전시관에는 묘실에서 발굴된 천마(天馬)가 그려진 말
다래가 전시돼 있다. 말을 숭상했던 고대 기마민족들은 우두머리가
죽으면 그가 생전에 즐겨 탔던 말을 함께 묻어 먼 길을 가는 그를
도와주도록 했는데, 천마 그림은 그걸 증명해주는 유물인 것이다. 고대
기마민족들은 말을 순장했을 뿐 아니라 묘실 벽면에 말을 그리거나 말의
모습을 새긴 장신구를 묻곤 했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있는
국립박물관의 트라키아 실에는 이런 유물이 아주 많다. 세공 솜씨 또한
뛰어나 예술작품에 비길 만하다.
트라키아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가 그의 '역사'에서 "전
세계에서 인도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대 민족으로 이들이 한 사람 아래
뭉치거나 전 민족이 단결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족이 되어 어느
누구도 감히 맞서지 못할 것이나 사실은 그렇지 못해 약할 수밖에
없다"고 한, 그리스 북쪽 초원지대를 한동안 주름잡았던 기마민족이다.
그들은 폴리스(도시국가)를 이루었던 그리스인들과는 달리 부족단위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으며, 본거지는 1940년대 이후 많은 황금
장신구들이 발견됨으로써 세계 고고학계로부터 주목을 받은 바 있는 흑해
서안의 바르나 일대. 재미있는 것은 유라시아 초원지대에 살았던
기마민족들은 하나 같이 황금을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기마민족과
황금장식 사이엔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트라키아, 스키타이, 박트리아(아프간 북쪽), 사카(중앙아시아), 신라
등이 그랬으니까.
1944년에는 불가리아 중앙에 위치한 카잔루크(Kazanlak)에서
트라키아시대 왕의 무덤이 발견됐다. 황금유물은 없었으나 대신 귀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다시 한번 고고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무덤은 크지
않으나 입구를 겸한 길다란 통로가 끝나면서 원통형 묘실이 나타나는데,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주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됐던 채색벽화는
원추형 천장에 2단으로 그려져 있다. 거기엔 죽은 자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마련된 식탁과 시종, 악사,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그를 하늘나라로
모시고 갈 말과 마차가 보인다. 마차를 끄는 늠름한 네 필의 말과, 말
위에 올려진 안장, 악사들을 보면 그 주인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트라키아 족은 부족국가 단위의 공동체를 영위했으니
그는 왕이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의 혼이 마차에 실려 그렇게
하늘나라로 올라갔다면(그래서 천마를 그렸다), 그는 지금도 그곳에서
영생을 즐기고 있으리라. 그들은 이처럼 말을 지상과 천상을 이어주는
사자라고 생각했다.
(권삼윤 역사여행가 tumid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