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엔론사의 정치자금은 ‘약효’가 있었을까, 없었을까.
부시 행정부의 폴 오닐(O'Neill) 재무장관과 돈 에반스(Evans)
상무장관은 13일 나란히 TV에 나와 작년말 파산한 엔론이 부시 대통령의
자금줄이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엔론에 대해 어떤 '특혜'도 베푼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주초 백악관이 케네스 레이(Lay)
엔론회장과 두 장관과의 통화 사실을 미리 '고백'한 데 이어, 두
장관이 직접 육성으로 진화에 나선 셈이다.
오닐 재무장관은 폭스TV와의 회견에서 작년 10월말과 11월초 레이 회장과
두차례 전화통화를 가졌으나 레이 회장이 특별한 부탁을 하지 않았으며,
부시에게 보고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에반스 상무장관도
NBC방송과의 회견에서 작년 10월말 레이 회장이 전화를 걸어
신용평가기관의 엔론사 재평가와 관련한 청탁을 했을 때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시 행정부가 엔론의 파산과정에서 은행의 자금 대출이나
신용등급 조정 등과 관련해 어떤 특혜를 베푼 사실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작년
10월 15일 에반스 장관이 모스크바에 출장갔다가 레이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폭로했다. 에반스는 이 통화에서 엔론이 건설한 인도의
발전소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 마침 인도를 방문중인
공화당 핵심 인사 시그 로기시(Rogich)와 상의하라고 조언했다. 에반스는
이같은 사실을 TV 회견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LA 타임스는 또 13일 부시 행정부가 엔론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국민들에게 경고하지 않은 것 자체가 특혜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가 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 항공기 제작회사인 록히드와 같은 거대 기업들에
대해 과거 정부가 제공했던 것 같은 자금지원을 하지는 않았으나 엔론의
파산 위기를 국민에게 공표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초 대선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부시와 겨뤘던 존 매케인(McCain)
상원의원은 "우리는 모두 엔론이 제공한 수백만달러의 정치자금에
오염됐으며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두번의 선거에서 엔론으로부터 9500달러를 받았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