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2)=프로 기사로서 조훈현의 캐릭터는 전형적
'투사'에 속한다. 그의 사전에 '균형'이니, '타협'이니 하는
단어는 좀체 찾기 힘들다. 아무리 앞서 있어도 오직 전진 스텝만 있을
뿐이다. 내 집 짓는 수 보다는 남의 집 못 나게 하는데 본능적으로 손이
나간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첫째, 수가 잘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접근전이라면 누구와 맞서도 자신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 한 두 집을
다투는 장기전은 체질적으로 안맞는다.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 이 투쟁
기질로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해왔다. 이창호 유창혁 등 공력이 강한
기사에게만 간간이 브레이크가 걸릴 뿐, 웬만한 태클은 그의 돌진에 속수
무책이었다.
52 이하 60까지는 이렇게 될 곳. 바둑에선 '최선의 한 수'를 찾기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지만, 이런 장면은 프로들에겐 일방 통행로에 가깝다.
단 58의 단수는 초심자들이 익혀 둘 점. 59와의 교환없이 60에 젖혔다간
참고도의 촉촉수로 단숨에 바둑이 끝난다.
그래놓고 61로 다가갔다. '가'로 바짝 육박하지 않은데서 조심스러움이
엿보인다. 순간 62. '남의 집 나는 건 못 보는' 조훈현 다운 일착이다.
'나' 정도로 정비해 뭐가 부족하다는 것일까. 우하에 몇 집이나
난다고. 야마시타가 약간 '열 받은' 표정으로 장고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