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씨의 '패스21'이 급성장한 배경과 관련, 정보통신부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문인식시스템 벤처기업인 '패스21'의
기업 성격상 정통부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데다 윤씨가
정통부를 상대로 적극 로비를 벌인 사실도 일부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9일 노희도 전 정통부 전산관리소장(현 국제협력담당관·2급)을
윤씨로부터 '패스21' 주식 200주를 액면가에 받은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99년 9월 정보통신부와 '패스21' 사이에 맺은 약정서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노 국장과 윤씨가 맺은 이 약정서에는 "2억원짜리 지문인식시스템을
전산관리소에 무료로 설치해주는 대신 전산관리소장은 '패스21'의
사업에 대한 다른 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가능한 홍보를 해주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윤씨와 정통부 사이에 맺은
약정서가 남궁석 당시 정통부 장관에게도 보고됐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윤씨는 이 약정서를 맺은 지 3개월 뒤인 99년 12월 서울경제신문
김영렬 사장과 함께 남궁석 장관을 만나 "'패스21'의
기술인증을 해주고 청와대 비서실에 잘 보고해 줄 것"을 부탁한 사실도
밝혀졌다.
87년 부인을 살해한 뒤 뚜렷한 직장 없이 떠돌던 윤씨가 98년 9월 회사를
설립한 뒤 불과 2년 만에 정보통신업계를 총괄하는 정통부에 제품을
납품하고 장관을 직접 면담하는 유망 벤처기업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남궁석 전 장관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궁석 전
장관은 윤씨와 김영렬 사장과 만난 이후 직접 '패스21'을 방문해
시연회를 참관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씨를 만난 뒤 부하직원을 시켜
'패스21'의 기술력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남궁석 전 장관의 소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의 핵심 로비 창구로 지목된 김현규 전 의원을 10일
소환키로 한 데다, 내주에는 김영렬 사장에 대한 소환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남궁석 전 장관 소환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2000년 7월 국정원이 정통부에 '패스21'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경위와 관련, 국정원 담당 직원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패스21에 관한 자료 요청을 한 것이 통상적인 업무 차원인지,
다른 배경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과 관련,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더 수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