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가을 마피아조직을 다룬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대부(代父)'가 수입되자 언론인 홍종인씨(작고)는 상영허가를
철회하라는 의견서를 국무총리 등 관계 요로에 보냈다. 그는 '대부'를
'미국의 대표적인 폭력단을 그려놓은 살인극'이라며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이런 영화는 사회에 위험한 해독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화계 일각에서는 홍씨를 "현대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사람"이라고 힐난했으나 그는 신문칼럼을 통해 '폭력영화'에 또한번
일침을 가했다. "왜 비싼 돈을 들여 경찰도 국가의 법도 질서도
무시하고 폭력 하나로 암흑사회를 지배하는 따위의 무법천지를 이 사회
속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냐?" 돈벌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이니
사회정의니 청소년 교육환경 등은 생각지 않는 풍조를 그는 개탄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한국의
조폭(組暴)을 다뤘다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주먹들의 길'이란
제목의 이 기사는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이유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폭들이 대통령의 아들을 만나는 등
유력인사들과의 유착관계까지 파고 들었다. 작년 한 해 전국을 휩쓸었던
'조폭 신드롬'이 미국에까지 알려진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사실 우리 사회의 '조폭 선풍'은 영화 '친구'가 선도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조폭들은 절(사찰)로 뛰어들지 않나 학교로 가정으로 튀질
않나 그야말로 안방 TV까지 조폭세상이 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누아르(검은 세계) 영화를 대표하는 '대부'나 홍콩의
'영웅본색' 등이 한 시대의 유행이었던 것처럼 우리 조폭영화도 조만간
시들 것이다.
문제는 '타임'이 지적했듯이 조폭들이 현실 정치와 연계돼 있는 데다
청소년층에서 '대중적 영웅'으로 추앙하는 '희귀현상'에 있다.
지난해부터 연쇄적으로 터져나온 '게이트'들의 공통점은 정·관계
실력자와 사업가들과 조폭들이 형·아우 관계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착관계가 조폭영화의 해악보다 더 폐해가 심하다. 어쩌다 동방예의지국이
조폭난무지국이 됐는지 허망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