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강남 지역 주부들은 만나기만 하면 인사가 "댁의
집값은 어떻게 됐어요 "라고 한다. 아파트값이 지난주보다 얼마
올랐고, 작년 말에 비해서는 얼마를 벌었다는 식의 얘기를 묻고
나서야 본론으로 들어간다는 얘기이다.

평소 우리는 부동산 운운(云云)하는 사람들을 점잔하지 못한
사람들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으나, 부동산은 우리 의식주(衣食住)생활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주제다.

따라서 서울지역 주부들이 주식값을 체크하듯이 부동산 가격을
매일 체크할 정도로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이 불안하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새해 들어 상승세가 크게 꺾이긴 했지만, 서울 강남의 아파트 투기
현상은 정부의 세무조사 강화대책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고 단언하는 것은 필자가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이유로 투기판의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필자가 전세를 들어있는 서울 대치동 S아파트 38평은
1년6개월 전 이사올 때만 해도 전셋값이 2억4000만~2억60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전셋값은 작년 여름부터 갑자기 뜀박질을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4 억~4억2000만원으로 치솟았다. 약 1년 만에
1억5000만원 이상 뛴 것이다.

아파트 매매값은 전셋값보다 더욱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같은 S아파트 38평 매매값의 경우 1년 전 4억6000~4억8000만원의
시세를 보이던 것이 최근에는 6억4000~6억5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아마 많은 독자들은 천문학적인 이 같은 아파트 가격에 놀라겠지만,
이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대치동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지금도
무척 많을 정도로 이 지역엔 투기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아파트 이상(異常)급등세가 다른 강남 지역과
서울 강북지역으로 점차 확산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서울 강남지역을 '투기과열지역 '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부동산거래 세무조사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이 강남지역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로 학군(學群)이
좋고, 입시학원이 많이 모여있다는 점을 든다. 좋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입시학원을 다니면 일류 대학교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다는
믿음 때문에 자녀 교육에 열성인 우리 부모들이 서울 강남으로
강남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그 결과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화(神話)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믿음이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서울 시민을 강남 아파트 주민과 강북 아파트 주민으로 나누는
이분법적(二分法的)사회병리현상을 이제 끝낼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한마디로 말해 서울 시민들이 강남에 살든지, 강북에 살든지 향유하게
되는 사회적 복지와 교육 혜택이 평등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정부는 세무조사 강화 등 응급처치 대책보다는
교육 혜택을 고르게 누리게 하는 장기대책을 수립해 지속적으로
시행해나갈 필요가 있다.

또 우리나라 경제력과 비교할 때 평당 2000만원대를 호가하는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은 정상적인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가 지난 97년 IMF사태를 맞았던
원인 중의 하나가 고비용(高費用)사회구조이고, 고비용 사회구조의
핵심에 바로 높은 부동산 가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시장안정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그릇된 '강남 아파트 신화 '를 계속 방치하는 한,
주기적인 강남 아파트 값 폭등 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경제과학부장 ymsong@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