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수를 망라한 엄청난 조직력 때문. 특히 아르헨티나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특유의 파괴력 높은 공격라인에서 나온다.
아르헨티나 공격진의 면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플레이메이커 베론(27ㆍ맨체스터), '제 2의 마라도나'인 테크니션 오르테가(28ㆍ리버플레이트), 네덜란드 오베르마스와 쌍벽을 이루는 측면공격수 C.로페스(28ㆍ라치오) 등은 어느 팀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공격 루트를 만든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바티스투타(33ㆍAS로마)와 크레스포(27ㆍ라치오) 듀오가 상대 골문 앞에 저승사자처럼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강 프랑스도 부러워할만한 골잡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최근 행보는 사뭇 다르다.
바티스투타는 90년대 아르헨티나 축구의 기둥이었다. 지난 91년 코파아메리카 때부터 국가 대표에 합류했던 그는 그간 A매치 81회 출전에 61골을 터뜨리는 엄청난 득점력을 과시했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3개 대회 연속 해트트릭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태세다.
그러나 최근 그의 상황을 보면 이 목표가 그리 쉽게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소속팀에서 올시즌 무릎 부상 후유증때문에 단지 10경기에만 출전, 3골을 넣으며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월드컵 남미예선(총 18경기)에서도 겨우 5경기에만 출전했다. 또 구랍 29일에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2003년 은퇴를 밝힌 바 있어 이미 '약한 모습'을 보인 상태다.
하지만 바티스투타의 쇠퇴 기미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태연하다. 바로 크레스포가 있기 때문. 크레스포는 카니자, 바티스투타를 이을 확실한 재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월드컵 남미예선 12경기에 출전, 9골을 작렬하며 바티스투타의 공백을 확실히 메웠다. 게다가 그는 아직 27세로 큰 부상을 입은 적이 없고, 96년 이탈리아 세리에A에 진출한 이후 해마다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0년 파르마에서 라치오로 옮기면서 이적료 5500만달러를 받아 이 부문 역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크레스포에 대한 기대는 엄청나다. 대표팀 동료 C.로페스는 6일(한국시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공격 파트너로서 바티스투타보다 크레스포가 더 좋다고 밝혔다. 또 그는 "(크레스포가 있기에) F조가 죽음의 조라고들 하지만 두렵지 않다. 우리는 누구든 꺾을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지난 86년 마라도나가 이룬 월드컵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는 임무는 크레스포의 발끝에 달려있다. 과연 크레스포가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스포츠조선 김태근 기자 amic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