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쇼 = MBC밤11시10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과연 '진짜'일까? '매트릭스'류의
질문과는 또 다른, 미디어 통제 사회의 오싹한 단면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에이,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딨어!"하고 코웃음쳐버린다고?
텔레비전의 리얼리티쇼(실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쇼)에 저마다
나가겠다고 하는 걸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있지 말라는 법도 없겠다.

평범한 바닷가 소도시의 평범한 회사원 트루먼 버뱅크는 보험회사
직원이다. 오늘도 여느 날처럼 상쾌하고 즐거운 아침길. 그러나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하늘에서 조명 기구가 떨어지고, 아내는 마치
텔레비전 상품 광고 같은 말투다. 무대 뒤편 같은 식당이 있는가하면,
바다로 배 저어 나가다 악천후 예보 때문에 되돌아 오게된다. 그러고보니
태어나서 몇십년동안, 한번도 이곳을 떠난 일이 없다. 이상한 낌새를 챈
트루먼은 밤에 자는 척하면서 진실을 캐보려한다.

진실은 아픔이다. 부모와 아내, 모두가 하나의 '배역'이었을 뿐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배역을 맡아 살아가고 있는걸까) 그의 일생을
조종해온 '아버지'의 말을 거역한 트루먼은 가짜 세계의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트루먼역을 맡은 짐 캐리는 '에이스 벤추라'나 '마스크' 식의 업치락
뒤치락 코미디가 아닌, 가슴 한쪽이 서늘한 페이소스를 자아낸다.
'트루먼쇼' 연출자로 나오는 에드 해리스도 묘한 연민을 내뿜는다.
원제 The Truman Show 감독 피터 위어 1998 103분 ★★★☆

■ 태양은 없다 = KBS2 밤10시35분

정우성과 이정재의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청춘 영화. 김성수 감독의 강한
비트와 현란한 컬러가 둘을 더욱 산뜻하게 두드러지게 만든다.

삼류 복서 도철(정우성)은 얼치기 건달 홍기(이정재)와 가까와 진다.

도철은 언젠가 챔피언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현실은 멀기만하다.
멋내기 좋아하는 홍기는 빚에 몰리고, 빚쟁이들에게 쫓겨다닌다.
★★★☆

■볼로뉴 숲의 여인들 = EBS 밤10시

프랑스 영화의 문학적 취향이 두드러지는 작품. 연인 장이 변심한 것을
느낀 엘렌느는 그를 불행에 빠뜨리기로 한다. 엘렌느는 장에게 아름다운
여인 아네스를 소개하고, 과연 둘은 사랑에 빠진다. 드디어 이들이
결혼에 이르렀을 때, 엘렌느는 아네스의 과거를 폭로한다. 그가 한때
매춘녀였다는 것. 책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 같은 대사가 지루함을
넘어 하나의 양식으로 느껴진다. Les Dames Du Bois Boulogne 로베르
브레송 감독 19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