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불안한 움직임을 나타냈던 원·엔 환율이 결국 100엔당
1000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2년6개월 만에 원·엔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짐으로써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연초부터
쉽지 않은 난관에 부딪치게 됐다.

엔저는 세계적인 경제현안이지만 특히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
어느 나라보다 크다. 전자·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을 비롯한 우리
주력 수출상품이 대부분 국제시장에서 일본 상품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엔화가치 하락은 곧바로 우리 상품의 상대적
가격경쟁력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엔 환율 하락은
수출감소, 경상수지 흑자감소, 성장률 하락의 연쇄적인 악영향을 몰고올
수 있다.

엔저에 대해 우리가 마땅히 대응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올해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일본경제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비관적인 시각 때문에 엔화 가치는 구조적으로 약세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일본정부는 재정지출과 금리인하의
전통적인 경기부양 수단이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엔화 약세를
통한 수출확대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엔저는 일본경제 회복을 위한 부담을 인근국들에 떠넘기는 셈이라는
점에서 우리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전체에 큰 부담이다. 또 이에
맞서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릴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큰 혼란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특히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선다면 그 파장은 지금의 엔저
영향을 훨씬 웃돌 것이다.

우리 수출기업들은 100엔당 1070원선을 적정 원·엔 환율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환율조정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자칫 역효과를 낼 우려도 있다. 급격한
환율변동을 완화시키기 위한 시장개입은 가능하겠지만 기조적인 추이를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대응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환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체질에서 벗어나야 한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가격이 아니라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으로 국제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느냐
여부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