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미술의 대명사인 인사동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겨울이니까
당연히 그렇지 라고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불황과 위축에서 오는 마음의
한파라는 말이다. 인사동에 차 없는 일요일을 만든 그 즈음부터 대학로나
종로 뒷골목처럼 사람으로 거리가 메어지는데 화랑이나 미술관계
업체들은 장사가 되지 않고 음식점, 옷 가게, 노점들만 호황을 누린다.
몇 십억원을 들여서 길을 새로 깔고 관광특구로 지정하고 문화의 거리로
만든다지만 인사동다운 인사동만 버려놨을 뿐 정작 인사동과 더불어
살고, 인사동을 지켜야 할 사람들은 안방 뺏긴 집주인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다. 먹는 장사, 옷장사가 잘된다니까 너도 나도 몰려들어 3년 사이
땅값이 몇 배가 뛰고, 그러니 당연히 가게세, 집세가 뛰니 그렇잖아도
불황인 화랑이나 미술업체들이 견딜 방법이 없다. 비미술 업소들이
번창하니 미술엔 전혀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래서 화랑들은
이제 인사동을 떠날 궁리들을 한다.
뉴욕의 소호거리에 있던 화랑들도 집세를 감당 못해 변두리로 이전했으니
그런 경제논리를 내세우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오늘의 인사동 현상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경직된 도시환경법을
적용하여 전시 플래카드도 내걸 수 없는 거리, 포스터 붙일 게시판도
제대로 없는 거리, 조악한 외제 잡상품들이 널려 있는 거리, 미술인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가득 메운 거리. 이것이 오늘 인사동의 풍경이자
실상이다. 손바닥만한 미술의 거리 하나 보존하지 못하고 무슨 예술을
보존할까. 빈사의 인사동이 참 을씨년스럽다.
( 유석우·월간 '미술시대' 주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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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에는 이윤훈(조선일보 2002년도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
유정아(방송 아나운서), 김대식(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전진성(부산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유석우씨가 교대로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