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양 오리온스의 돌풍이 온통 농구판의 화제다.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32연패의 쓴맛을 보는 등 온갖 진기록을 양상했던 동양이 'A급 태풍'으로 거듭나자 세인들은 "쥐구멍에 볕이 들었다"며 기뻐했다. 태평양 건너에도 동양의 옛모습과 비슷한 팀이 있다. 다름아닌 미국프로농구(NBA)의 만년 꼴찌팀 LA 클리퍼스다.
◎ 어떤 팀이기에
70년 버팔로 브레이브스란 이름으로 NBA에 가입. 이전에는 2부리그격인 ABA 소속이었지만 승격과 동시에 22승60패로 애틀랜틱 디비전 최하위를 차지, 굴곡진 역사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듬해 밥 매카두를 영입해 단박에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76∼77시즌을 앞두고 존 브라운이 경영권을 사들이면서 다시 암흑기를 맞았다. 브라운은 매카두를 300만달러에 뉴욕 닉스로 넘겼고, 그 해 감독을 3차례나 갈아치웠다. 78년 연고지를 샌디에이고로 옮긴 뒤 이름도 항구도시에 걸맞게 클리퍼스(범선)로 바꿨다. 81년 부동산 재벌이자 변호사인 도널드 스털링이 구단을 인수했고, 3년 뒤 LA로 이사했다. '자린고비' 스털링은 투자보다 선수 팔아먹기에 바빴고, 성적부진의 책임은 모두 감독 몫. 짧은 역사에 사령탑이 21차례나 바뀐 것도 이 때문.
◎ LA 엑소더스
바닥을 기는 성적 덕택에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망주를 지명할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구단주의 인색한 투자에 질겁한 선수들은 도망칠 명분만 찾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89년 데니 페리 사건. 듀크대 출신의 페리는 1라운드 2순위 지명을 받았지만 클리퍼스 유니폼을 입는 게 죽기보다 싫다며 이탈리아로 '스포츠 망명'을 해버렸다. 클리블랜드와 협상 끝에 페리를 넘겨주고 론 하퍼와 이듬해 신인 지명권을 받았다. 이후 페리는 클리 블랜드로 돌아와 호의호식했다. 또 98년 1순위로 뽑힌 올라워칸디도 파업을 핑계삼아 유럽으로 도망쳤지만 얼마 뒤 붙들려왔다.
◎ 진기록들
매카두가 활약하던 73∼74시즌부터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구단주의 전횡과 끈질긴 불운으로 91∼92시즌에야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6차례가 전부. 78년 퍼시픽 디비전으로 옮긴 뒤 꼴찌는 대부분 그들 몫. 94∼95시즌엔 20연패의 치욕을 맛봤고, 99시즌엔 9승41패로 한자리수 승수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성적은 108승270패로 29개팀 중 최하위권. 30일 현재 7승8패로 간신히 퍼시픽 디비전 꼴찌를 면한 그들에겐 언제쯤 볕이 들까.
〈 스포츠조선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