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조'냐 '환상의 조'냐. 세계 축구팬들의 눈은 내일 부산에서
열릴 월드컵 조추첨에 쏠려있다. 어느 조에 편성되느냐에 따라 16강
진출의 명암이 갈리기 때문이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스페인·나이지리아·파라과이·불가리아가 속한 D조가 '죽음의 조'로
꼽혔다. A조의 브라질은 스코틀랜드·모로코·노르웨이와 한 조를 이뤄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샀다.

만만한 팀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크게 낙관할 것도 비관할 것도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97년 12월 조추첨에서 한국은 강호 네덜란드와
중견 벨기에 멕시코와 맞붙어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조추첨 전 잉글랜드
축구도박사들이 추정한 한국의 우승확률은 150대 1이었는데 조편성 후엔
200대1로 더 떨어졌다. 네덜란드는 8대1, 벨기에는 66대1, 멕시코는
100대 1이었으니 16강 진출은 애초 무리였다.

내년 대회에서 공동개최국 한국과 일본은 톱시드를 받았다. 32개국
출전국을 8개조로 나누는데 한국은 D조, 일본은 H조,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는 A조의 주장을 맡은 셈이다. 나머지 조는 FIFA 랭킹, 본선 진출
횟수, 본선 최고성적을 합산해 아르헨티나·브라질·이탈리아·스페인·
독일이 톱시드국으로 선정됐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는 합산 점수가
스페인에 뒤져 탈락했다.

한국이 숙원인 16강 진출을 달성키 위해서는 만만한 팀을 만나는
도리밖에 없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쉬운 상대란 있을 수 없다. 우선
유럽의 11개국 중 8팀을 무작위로 뽑아 A~H조에 배정하고, 남는 3개국은
남미, 아시아 출전팀과 3그룹을 이루고, 마지막으로 북중미와 아프리카
팀들을 각 조로 배정한다. 한 스포츠 신문은 한국이
에콰도르·세네갈·벨기에와 대진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환상의 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되기란 확률상으로도 매우 희박하다. 그러나 개최국의 이점을
안은 한국은 일단 세계 최강팀과 맞붙지 않는 데다 중국·일본과도 조를
이루지 않아 대진운을 기대해볼 만하다. 실력이 있으면 굳이 조편성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FIFA 랭킹 43위 한국이 16강 안에
들 확률은 바늘구멍처럼 작아 추첨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