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애슈크로프트(Ashcroft) 미국 법무장관은 27일, 법무부가 9·11테러
수사과정에서 이민법 및 연방법 등의 위반 혐의로 600여명을 구금
중이라고 밝히고, 이들 중 93명의 명단을 처음 공개했다.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이날 연방법 위반 혐의가 있는 104명 중 55명을
구금 중이며, 이민법 위반 혐의로 548명을 구금하고 있다며, 이들 중
일부는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조직원이라고 밝혔다.

애슈크로프트 장관이 26일, "구금자 명단공개는 구금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블랙리스트를 만들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한 후, 의회와
인권단체들의 강력한 비판에 부딪히자, 법무부는 수사 개시 이후
처음으로 가장 상세한 정보를 공개했다.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법무부는 미국인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신중한 수사와 체포를 실시해왔다"며,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구금함으로써 추가 테러를 방지해 미국의 안보가 더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련 법에 따라 이민법 위반 혐의 구금자 548명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출생지와 체포날짜만 공개했다. 또한
연방법 위반 혐의자 중 연방법원이 비밀유지를 허용한 11명을 제외한
나머지 93명의 명단만 공개했다. 그는 "미국은 현재 전쟁중이며,
적들에게 도움이 될 중요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셀 페인골드(Feingold·민주) 상원의원은 "구속자 명단과
구속이유를 완전히 밝히지 않는 것은 부시 행정부의 과도한 테러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상원 법사위원회는
28일부터 테러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법무부의 기본권 침해 여부에 관한
청문회를 시작하고, 애슈크로프트 장관은 다음 주 이 청문회에서 증언할
예정이다.

한편 일부 인권단체들은, 미국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조항에 따라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도 공개하지 않은 채 수백명을
체포·구금한 후, 기본권을 이유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이달 초 9·11 테러수사와 관련, 약 1100명을 이민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금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들의 신상에 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 워싱턴=강인선특파원 insu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