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점가는 20세기 현대미술에 대한 국내 저서가 실종상태다.
그리스·로마 등 고전미술, 르네상스미술 그리고 인상파와 고흐 등
19세기 이전의 미술에 대한 책들은 '홍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유독
20세기 미술 관련 책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비싼 도판 사용료
때문이다. 미술 관련 서적의 특성 상 그림 도판 사용은 필수적인데
한국이 베른조약에 가입한 1997년 이후 20세기 미술가들은 대부분
'사후 50년 이내'의 저작권 보호규정이 적용돼 도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외국 미술가 수 만 명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한국미술저작권관리협회(SACK)의 경우, 책 크기의 8분의 1짜리 도판을
6만원(흑백 3만원)에서 시작, 크기에 비례해 도판 사용료를 받고 있다.
낱장으로 따지면 그다지 비싼 비용이 아닐 지 모르지만 최소 크기로
50컷만 책에 싣는다고 해도 책 한 권 제작에 300만원의 추가비용을 저자
혹은 출판사가 감당해야 하는 것.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등을 낸 인기 저자 이주헌씨는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서구 작가를 소개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평론가 전승보씨도 "웬만한
미술관련서는 2000권도 소화하기 힘든 게 우리 독서시장"이라며
"4500만 인구의 독서시장에 서구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윤난지 교수는 "외국 유학을 마치고 활동하는 젊은 평론가들
대부분이 현대미술 전공자"라며 "이들의 연구 결과가 저술로 나오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라며 대책 마련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술서적 전문 출판사인 열화당 이기웅 대표도 "도판 사용료를 추가로
내지 않아도 되는 외국 저작물의 번역을 선호하게 된다"며 "결국
피해는 독자들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도판 사용료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SACK의 홍성일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도판 사용료는 국제
가격보다 20~40% 싼 가격이기 때문에 더 낮추기는 어렵다"며 "도판
서적이 아닌 단행본에는 도판 사용을 자제하는 쪽으로 출판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독자들은 20세기 미술가들의 도판이
실린 저술을 보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