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의 작은 도시 유바리는 탄광촌이었다. 폐광이 된 후
깊이 수십미터의 갱도를 석탄박물관으로 만들었으나 이것만으로
관광객을 모으기가 힘들었다. 시(市)는 발상을 전환해 유바리 팬터스틱
영화제를 개최해 주목을 끌었다. 공상과학, 공포, 환상 영화를 집중
상영하는 축제로서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호텔의 홀에도 영화배우
이름을 붙이는 등 도시전체가 영화분위기다.

매년 1월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리는 선댄스영화제는 독립영화만의
축제다. 배우 로버트 레드퍼드가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 이 영화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독립영화 스타들을 발굴했을 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소재와 기법들을 선보여 매니아들이 몰린다.
프랑스 북부의 도빌영화제는 아시아영화 소개창구로 명성을 얻고 있다.

90년대초 세계제작자연맹에 등록된 공식 영화제만 120여개,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 개성있는 영화제를 합치면 400개가 훨씬 넘는다.
이 중 칸, 베니스, 베를린과 미국 아카데미를 세계 4대 영화제로 꼽는다.
캐나다의 몬트리올영화제, 스위스의 로카르노영화제도 우리와 인연이
깊다. 장르별로도 프랑스의 클레르몽·페랑 단편영화제, 일본의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무성영화제 등 특색있는
축제들이 많다.

아시아지역에도 인도영화제를 위시해 많은 영화제가 부침했다. 일본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도쿄국제영화제를 출범시켰고 중국도 의욕적으로
상하이 국제영화제를 개최했으나 기대만큼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한데
96년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6회째를 치르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 급성장했다. 이어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
국제영화제가 개최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국제영화제인 광주 국제영상축제가 보태진다. 내달
개막하는 이 축제에는 '정치영화'등 9개 분야로 나눠 세계 장·단편
영화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부천은 판타스틱영화로, 전주는 대안영화와
디지털영화로 성격을 살렸는데 광주는 다른 지역 영화제들과 어떻게
차별화할지 주목된다. 다만 재정난에 허덕인다는 지자체들이 공금을 들여
이렇게 국제행사 유치경쟁을 벌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