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평화헌법과 함께 2차대전 이후 민주주의 체제의 지주 역할을
해왔던 '교육기본법'에 대해, 1947년 제정 이후 처음으로 개정논의에
공식 착수했다. '국가'와 '전통', '공동체' 강조에 중점이 두어질
교육기본법 개정 움직임은 헌법개정논의와 함께 일본 사회 보수화의
또다른 상징으로 평가되고 있다.
◆ 개정 착수 =도야마 아쓰코 문부과학상은 26일 교육기본법의
재평가 작업에 대해 중앙교육심의회에 자문하고, 중장기적인 정책 목표를
담은 '교육진흥 기본계획'과 함께 논의, 1년 내에 결과를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 언론들은 문부성이 자문 결과를 받아 법률 개정
작업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27일 보도했다.
문부성은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교육기본법'에 대한 답신을
요구하면서 ▲불량 학생과 중퇴생의 증가 ▲규범의식 저하 ▲국제화와
기술진보 등을 자문 이유로 들었다.
교육기본법 개정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만들었던 자문기관 '교육개혁 국민회의'는 작년 12월 새로운 시대의
일본인 육성 ▲전통,문화,국가의 중요성 강조 ▲전반적인 교육 기본 계획의
재점검을 '새로운 교육' 논의의 지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총리가
바뀌고 개정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는 등으로 개정 작업이 늦어져
왔으나, 이번 자문으로 '교육기본법' 개정은 정식 궤도에 오르게 됐다.
◆ 보수세력의 염원 =1947년 미 군정 당시 만들어졌던 '교육기본법'은
전전 황국사상에 기초한 '교육칙어'에 대신해
만들어진, 일본 교육의 기본 법률이다. 전체주의적인 색깔을 빼고 개인과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후민주주의 교육 사상에 일본 우파들은 불만이 많았다.
요미우리와 산케이 등 보수색 짙은 언론들은 "성립
당시부터 도덕이나 국가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미군이 강요한 법률이다"는 비판을 해왔다.
원로 우파 정치인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일본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점령군에 의해 만들어진 체제를 극복하고
일본의 혼을 찾아야 한다"며 교육기본법 개정을 줄곧 주장해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현 총리 역시 선출 당시 공약으로
교육기본법 개정을 내걸었다.
개정파들은 '소년 범죄의 흉포화' '학급 붕괴' '이기주의화' 등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군국주의 시대의)교육칙어도 좋은 점이
많았다"는 모리 전 총리의 말에서 보이는 것처럼 '집단'을 강조하는
일본 정신의 공식적인 부활을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헌법 개정이
일본의 겉모습을 바꾸는 일본내 보수파들의 시도라면, 교육기본법 개정은
일본의 '정신'을 바꾸려는 시도인 셈이다.
( 동경=권대열특파원 dykwo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