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사자 댄디라이언
돈 프리먼 지음·양희진 옮김
소년한길

나는 남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멋있고 매력적인
존재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나는
끊임없이 남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격지으며 그들에게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고민하고 행복해 하며 즐거워 하고 슬퍼한다.

돈 프리먼의 유쾌한 동화 '댄디 라이언'은 그러나 고민도 하지 말고
슬퍼도 하지 말고 무엇보다 남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 말라고 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타인에게 다가서라고 한다. 내가 남의 사랑을
받는다면 그는 내가 감기에 걸려 코를 풀고 방귀를 뀌어도 나를 사랑하게
돼 있다고 하지 않던가.

동화의 주인공인 댄디 라이언(멋쟁이 사자)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부스스한 머리, 편안한 스웨터 차림이다. 하지만 기린 제니퍼의 초대장을
우편함에서 발견하고는 갑자기 멋을 부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캥거루
아저씨의 이발소에서 갈기와 발톱을 손질한 뒤 퍼머를 하고, 최신 유행
양복에 멋진 모자와 신사용 지팡이까지 갖춰 들고 민들레꽃 한 다발을
사서 기린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렇게 단장하고 찾아간 기린의 집이지만
제니퍼는 너무 멋지게 변한 그를 몰라보고 문을 닫아 버린다.

저자는 잘 차려 입은 라이언의 치장을 하나 둘 씩 벗겨 버린다. 휙! 하고
부는 바람에 모자와 민들레 꽃잎이 날아가 버리고, 소나기는 애써 퍼머한
머리를 그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돌려 놓는다.
댄디 라이언은 비에 젖어버린 양복을 벗고 스웨터 차림으로 돌아왔다.

비가 그치고 라이언이 다시 제니퍼의 집을 찾았을 때 그의 손에는
제니퍼의 집 계단 밑에서 꺾은 민들레 꽃이 들려 있었다. 물론 제니퍼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친구를 반갑게 맞아들인다.

저자는 댄디 라이언과 제니퍼에게 있었던 어느 하루의 해프닝을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책에서 밝히지 않아도 우리는 기린과 사자가 이미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었다는 것을 안다. 사랑과 우정에 색깔이 있다면 그것은
서로 관계를 맺어온 시간이 묻어 있는 빛바랜 색일 것이다. 그런
사이일수록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꾸밈은
서로를 힘들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