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적 세계와 헤르메스적 세계

H 롬바흐 지음 /
전동진 옮김 /
서광사 /
1만3000원


롬바흐는 이 책에서 철학을 새롭고 파격적인 분석틀로 사용한다. 우선
그가 철학으로 사유하는 대상은 이성(logos)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에
대한 독해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이성을 대표하는 아폴론(즉 서양적
정신)과 죽은 사람을 지하세계에 가도록 돕는 영혼의 안내자 헤르메스(즉
동양적 정신)라는 두 신, 그리고 그들이 표상하는 인류의 두 세계를
분석하려 한다. 책의 원제가 '세계와 반대세계'인 것도 이런 그의
시도에 기인한다.

저자는 신화가 미천한 옛날 이야기 신분에서 오늘날 인류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주요한 도구로 격상됐듯, 헤르메스적 세계가 지금껏 세계를
지배해 온 아폴론적 세계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헤르메스적 세계가 제대로 전개되면 더 이상 반대세계가 아니게
된다"며, 신학에 표현된 헤르메스적 특징을 철학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다양성이 존중되는 평화로운 세계 공동체, 다양한 종교와 문화의 향연이
벌어지는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그리고 있다.